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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Mar 15. 2021

일상으로

지난 토요일 참 많은 얘기를 했다.


무언가 결핍되어버린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메마른 감정으로 얘기를 나누었다.


그 와중에 주변 지인들은 내가 그녀에 대한 오해란 감정에 매몰되었다며 나를 계속해서 끌어올렸다.


"물은 엎질러졌지만 다시 할 수 있다." 


"나쁘게만 생각하면 나쁘고 좋게 생각하면 이번이 기회다."


처음엔 아무것도 귀에 들리지 않았지만 


아내의 생각이 아내의 진심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아이들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수없이 고단한 밤을 지새웠던 아내.


그 모든 게 돈과 대출에 엉키어 그녀의 희생도 무엇도 다 삼켜버렸다. 


작품의 캐릭터를 대화의 조각으로 만들어가듯 만든 나의 무서운 상상력을 목도하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대화 이후에 돌아온 평정심에 처음 마주했던 그녀가 어렴풋이 보였다.


다만 지난 결혼생활 동안 이따금씩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나의 잔인한 칼날에 온몸에 상처 입은 그녀가 보였고 


그와 같은 상처가 내게 되새겨진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칼이 너무도 날카로웠기에.



우린 다음날,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말로 처음 이 상황을 바라보게 됐다.


당장 갚아야 할 카드론 대출금과 지난달 카드값, 한 숨부터 나왔지만 그냥 웃었다.


어쨌든 오해는 풀렸고 혼자가 아닌 둘이 한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먼저 내 가슴을 채웠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도 어렴풋이 그려지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다.


당분간 배는 고플 것 같다.


하지만 가슴은 따뜻할 것 같다.


그리고 지난 2박 3일간의 충격과 배신감, 그 모든 잔인한 말들을 까만 봉지 속에 담아 버렸다. 


다신 보지 말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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