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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Sep 18. 2021

나이가 슬프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한 잔 두 잔 술잔이 돌아가면서 이런저런 얘기가 술술 나왔다.


자리에 없던 친구의 근황부터


지금까지 수십 번 되뇌며 웃어댔던 이야기까지


오랜만에 만났어도, 항상 되풀이하는 얘기에도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야, 우리가 만났을 땐 1이었는데 이제는 4가 됐네."


"대박."


정말 생각지 못했던, 그렇게 흘러갔던 시간들.


때마다 우리가 마주했던, 함께 고민했던 수많은 고민과 걱정과 희망.


그 때나 지금이나 마음 한편에 공존하고 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희망보다는 고민과 걱정이 나이만큼이나 더 커진 듯했다.


우린 집을 말했고 결혼을 말했고 우울증을 얘기했으며 내일을 말했다.



다 똑같았다.


고등학교 때의 그 얼굴에 그 성격에 그 말투까지


하나 우린 달라져있었다.


그래서 속상했고 안타깝고 아쉬웠다.



술자리를 파하고 달달한 커피 한 잔으로 쓰디쓴 소주 향을 씻어냈다.


우린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다시 해맑은 모습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언제 만날지는 모르지만 숫자가 5가 되기 전엔 만날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서 좋았지만


친구들이라서 좋았지만


뭔가 슬펐다.


나이가 특히, 슬펐다.


나이가 문제가 아닌 걸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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