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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Nov 22. 2021

형이랑 누나 결혼해.

지난 주말 행복이와 함께 아빠 어디가란 추억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다.


원래는 다른 조에서 추진하던 여행 일정이었는데 취지도 그렇고 아이도 원했기에 함께 참여하게 됐다.


6명의 아빠들과 아이들이 함께 모여 레크리에이션도 하고 영화도 관람하고 아빠들의 공동육아를 진행했다.


서투르지만 서로가 도와가며 아이들을 케어하고 함께했던 아빠 어디 가. 


각자의 아빠들 모두 만족해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각자의 부모 역할에 대한 고민과 아내와의 소통 등 남자로서 겪는 부부생활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듣고 말이다.



1박 2일이란 짧은 여정 속에서 아이와도 재미난 추억도 만들고 


또 아내와의 사소한 갈등이나 문제를 바라보는 시점에 대해 많은 조언도 구했던 터라 더없이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집에 와보니 앞서 상호 간에 바라보는 시점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지가 금방 식어버리고 말았다. 



행복이는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자연스럽게 역할극을 시작했다.


나에게는 형, 아내에겐 누나라고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케이크를 만들고 과일과 채소를 준비하곤 나와 아내 보고 서로 손을 잡으라고 했다.


아내도 나도 내키지 않았지만 행복이가 그렇게 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손을 잡으라고 독촉했다.


그리고 손을 잡자 이제 결혼하는 거니까 빨리 촛불을 끄라고 했다.


우린 어색한 상황에서 손을 잡고 촛불을 끄고 포옹까지 한 후에야 행복이는 만족해했고 곧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내와 어제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나는 이러저러해서 화가 났고 속상했다.


아내는 자기는 이러저러했다.


어제보다는 한결 가라앉은 감정으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싸움의 과정에 대해 되짚어 보았고 진정으로 서로를 다독였다. 


둘째 기쁨이도 뭘 아는 것 마냥 날 보며 방긋방긋 웃었다. 



지난 여행의 여독에 꿈나라에서 자고있는 행복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은 뽀뽀를 하고 출근을 했다. 


나보다 더 어른스럽고 넓은 마음을 가진 행복이에게 감사하며 부끄럽지만 어제를 적는다.


오늘부턴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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