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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Dec 29. 2021

1.25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영화를 본다.


예전에는 텍스트가 좋아서 책을 주로 봤다면 최근에는 영화를 자주 본다.


일주일에 3,4편 정도.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와 서사구조를 본다고 하면 반은 거짓말이고 반은 진실이다.


의도하고 볼 때도 있고 그냥 킬링타임으로 볼 때도 있다.


의식하지 않고 메모가 되는 영화가 있기도 하고 의식하면서 봤는데도 남는 게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나의 책을 본 것 같은 성취감이 남으니까. 



어제는 아이들을 재우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를 찾았다.


아내의 유일한 휴식시간이자 육아 퇴근은 내가 퇴근 후에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재워주는 그때까지인데 그 재워주는 시간에 아내를 찾았다.


난 절대 결단코 아내에게 가라고 등 떠밀지 않았다. 


"어? 엄마한테 가게?" 


정도로 그냥 장단만 맞춰줬을 뿐. 



졸린 눈을 비비며 아내를 찾는 아이들은 몇 마디 재잘거리더니 곧 잠들었다. 


방문으로 빼꼼히 보니 아내는 흰 얼굴(스마트폰의 빛에 발광된) 모습으로 손을 훠익훠익 저었다.


난 해바라기 영화의 병진이 형처럼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볼까 검색을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영화를 찾았고 영상의 시작과 함께 내 손은 1.25를 향했다.


내 인생이, 내 영화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1.25의 속도로 빨라지는 순간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 영화 예고편이 나오는 그 시점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세상도 참 여유가 없구나. 


고생해서 만든 이들의 이름조차, 엔딩의 음악조차, 영화가 부여한 속도조차 참지 못한다니. 


내일은 1에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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