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적긁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부자 Jan 13. 2022

아버지와 오늘

아버지와 함께 부품을 가지러 물류창고에 갔다.


창고 안에서 꺼내와야 하는 물품은 300kg 가까이 되는 부품으로 지게차가 없으면 절대 옮길 수 없는 그런 부품이었다. 


"사무실도 바쁜데 혼자 다녀올게요."라는 내 말에 아버지는 날이 추워서 같이 가아한다며 먼저 나서셨다.


창고에 들어가 납품할 부품을 찾고 지게차에 시동을 걸었더니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더욱이 물품을 가로막고 있는 소형 굴삭기마저도. 



아버지는 지게차 본넷을 열고 이곳저곳을 살펴본 후에 수분분리기라는 연료펌프 계통의 장치를 손으로 꾹꾹 눌렀고 배터리 배선과 시동모터 커넥터, 릴레이를 순서대로 만져보신 후에 지게차는 시동이 걸렸다. 


"연료가 얼었네. 배선 접지도 안 좋고. 엔진 열 받게 액셀 밟고 있어 봐."


그리곤 다시 굴삭기 시동을 켜보시곤 엔진 보닛을 열어 무언가를 만져보셨다.


뒤이어 트럭을 가져와서 점프선을 붙이고 시동을 걸자 우렁찬 소리와 함께 굴삭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가 밖으로 옮겨놔."


"저 이제 운전하는 방법 다 까먹었는데요."


"내가 알려줄 테니까 해봐."


아버지의 설명대로 굴삭기 운전석에 앉아 조종을 시작했다. (굴삭기 면허증은 땄으나 안 탄지 십수 년.)


바가지를 좁히고 붐대를 낮추고 조금씩 조정하기 시작했다.


덜컹덜컹 거리는 굴삭기의 움직임에 긴장이 되었는지 추운 날씨 속에서도 손에서 땀이 나왔다. 


"아버지, 저 못하겠어요."


말과 함께 굴삭기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아버지가 굴삭기를 창고 밖으로 빼내고 나서 내가 지게차로 납품할 부품을 트럭에 실었다.


"다시 해봐. 내가 봐줄게."


"그냥 아버지가 넣어주세요." 


"너 나 없으면 어떡하려고, 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배워나야지. 나중에 써먹지."


순간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설프지만 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 작동을 하자 처음보다는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안전하게 창고에 다시 넣어둘 수 있었다. 


"아버지 안 왔으면 납품도 못하고 큰일 날 뻔했네요." 


"내가 핸드폰 못하는 것처럼 너도 못하는 게 있으니까 잘 가르쳐 줘, 자꾸 혼내지 말고."


"네."


대답을 하면서도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무실로 돌아와 아버지는 볼 일 보러 가시고 난 납품을 하러 갔다.


가는 차 안에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배울게 가장 많은 사람이 바로 앞에 있는데 늘 밖에서 사람들 만나면서 배워야 한다고 했던 건 아닌가 하고. 


아버지에게 아버지를 선물 받았다.


잊지 말아야지, 오늘. 






 


매거진의 이전글 외상값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