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승패는 당일 오후에 나왔다.
선거 전 부정 금품 살포에 대한 선관위의 판단 유보
선거 당일 공정함을 논하는 자에 대한 질책
결과는 그들의 세계에서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버지는 패배했다.
선거에 참여했던 위원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조직적이고 참 비열했다.
이건 승패의 문제를 떠나서 신문고나 경찰에 고소해서 고쳐야 한다고 말씀드렸지만 더 이상 남들 입에 오르내려서 좋을 것 없다며 그만하자고 하셨다.
어쨌든 선거는 졌다며.
좋아하는 웹툰 작가의 웹툰에 이런 구절이 있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세계에서 어설픈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무조건 기득권을 따라가야 한다고 되뇌셨다.
혼자 나서지 말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부정할 자신이 없었다.
학원 강사 시절 퇴직금 문제로 학원과 민사소송에 간 적이 있었다.
운동권 출신의 대형학원이었고 진보적이었으며 원장님 또한 배울 게 많은 분이었다.
하지만 5년 가까이 일한 학원에서 퇴직을 결심하고 나간다고 했을 때 관행이란 이름으로 퇴직금이 없다고 했다.
웃음이 나왔다.
뭐지?
나는 나름대로 관련 법을 찾아보고 노동부, 한국 법률공단에 상담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결국 민사소송까지 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퇴직금을 받았다.
후에 학원에서 나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라고 낙인 아닌 낙인으로 불렸다고 친한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자기들의 퇴직금을 다 받게 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년 후 학위 논문을 가지고 인사드릴 겸 다시 학원을 찾아 원장님을 찾아뵈었다.
나를 가장 열심히 욕했던, 그리고 원장님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던 그 선생이 학원 근처에 새로운 학원을 열면서 학생이고 선생이고 다 같이 옮겨갔다고 했다.
원장님은 폐업을 준비 중이라고 하셨고 그때 미안했다고 사과도 해주셨다.
우린 그날 참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어떠한 문제든 해결하기 위한 과정은 무척 피곤하다.
아니 귀찮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하셨고 난 그런 아버지가 존경스럽다.
오늘 아버지의 말씀 또한 어떠한 면에서는 맞고 어떠한 면에서는 다르겠지만 그건 내가 지금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건 안다.
또 하나를 배운다.
세상은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