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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Jun 23. 2022

지금의 나



최근에 들어 집에서 말수를 줄였다.


회사 일을 마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다.


밖에서 에너지를 쓴 만큼 집에서 쓸 에너지가 없어서인지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거슬렸고 화가 났고 짜증이 났다.


아내와의 말다툼도 잦아지는 것도 싫었고


아이들의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받아주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말수를 줄이고 같이하는 시간도 피했다.


비겁했다. 



어제 아빠 밤 모임이 있었다.


선생님과 함께 동규의 생활 얘기를 듣고 아빠 밤 모임을 위해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설명해 주셨다.


동규는 밝고 착하며 동생들과 함께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림의 내용을 들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전에 그림에서는 항상 웃고 즐거웠는데 그림 속의 나는 무척 화가 나 있었다


지금의 나였다. 



미안했고 또 미안했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툴툴대던 내 모습에 상처받았을 동규에게 정말 미안했다.



저녁 상담이 끝난 후 아빠들과 함께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의견을 묻고 조언을 들었다.


왜 굳이 스트레스를 만들며 사냐고. 


싸우는 것도 슬기롭게 해야 한다고. 


어쩌면 내가 내 화를 못 이겨 토굴 속에 들어가 사는 자연인의 모습을 지금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가족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열심히 사는데 결과는 그 반대라니.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뒤척이다 새벽에 집 안에 쌓여있던 쓰레기를 몽땅 갖다 버렸다.


내 마음의 불편함의 시작이 정리되지 않은 집이라면 내 손으로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어제의 조언을, 어제 동규가 그린 그림을 잊지 말아야겠다. 



집으로, 우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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