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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Sep 21. 2022

나란 사람, 참.

최근에 화가 부쩍 늘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적 여유도 경제적 여유도 없어져서 더욱 그런 듯 싶다.

경기는 안 좋고 고환율에 대통령은 어휴...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면 그다지 웃을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없다기보다는 자리한 위치에 따른 웃음은 있었다는 게 좀 더 정확하겠다.


우선 몸이 피곤하니 짜증이 늘었고 저녁에도 바쁘다 보니 하루를 정리하는 글은커녕 조금이라도 자려고 버둥대다 잠을 설치기 일쑤.

뭔가 잘못되고 있다.


잘못됨의 절정은 화내는 태도가 무척이나 극과 극이 된다는 것이다.

아내와의 싸움에서도 선은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 마저도 고려하지 않고 그 찰나를 못 참아서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을 쏟아낸다.

그리고 후회

그리고 사과

그리고 반성

그 빈도가 잦아졌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나에게 입을 닫기 시작했다.

싸움은 줄었고 대화도 줄었으며 함께 눈 마주치는 시간조차 확연히 줄었다.


그저께 아는 지인에게 내 상황에 대해 상담을 받은 결과 내 화가 문제라는 것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내가 화가 많아서 할 말을 애초에 못 한다고 말이다.

그랬나? 에서 그랬구나.로 퍼즐이 맞혀졌다.


어젠 모처럼 점심시간에 아내와 점심을 먹었다.

딸아이도 올 예정이었으나 어린이집 가고 싶다 해서 데려다주고 혼자 왔다 했다.

음식이 나왔고 급한 성격에 아내에게 물었다.

내가 화내서 말하기가 어렵냐고.

아내는 잠시 주저하는 듯하더니 동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눈을 부라리며 정말 무서운 한 남자가 화내는 모습.

생각도 상상도 못 해본 나란 사람이 있었다.

무서웠겠다.

말로 하지 않았지만 짐작은 갔다.

아내는 맞진 않았지만 가슴에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멍이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대답 대신 물을 마셨다.

바닥이 보이는 컵을.


저녁 미팅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자고 있는 아내에게 오늘도 고생했다고 귓속말을 전했다.

아내는 내 등을 토닥였다.

내 마음이 조금 말랑해졌다.

아내의 멍도 조금 가라앉았으며 좋겠다.

화내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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