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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Sep 12. 2022

거짓말해서 미안해

오늘 동규와 나경이와 함께 추석 연휴 중에 바닷가에 가기로 한 약속을 지키러 아침 일찍 바닷가로 향했다.


마침 아버지도 바람 쐬고 싶다 하셔서 아버지까지 모시고 함께 영흥도로 향했다.


동규에게 바닷가는 게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약속의 장소였기에 오랜만에 가는 바다에 무척 들떠 있었다.


근 두 시간에 걸쳐 도착한 바닷가.


다행히 썰물이 오기 전이라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은 넉넉했다.


그리고 게를 잡는 방법을 기억하던 동규는 삽시간에 꽤 많은 게를 금방 잡았다.



"집에 가서 키우자."


역시나 여섯 살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나왔다.


"안돼, 게는 집에 가면 살 수 없어. 놔줘야 해."

"전에 집에서 키웠잖아."

"아 그래도 안돼. 아니면 어제 본 방송처럼 달리기 제일 잘한 한 친구만 데리고 가는 건 어때? 튼튼한 친구로."

"좋아."


거래는 성립되었고 곧바로 경기장을 만들고 게를 풀어놓았다.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바닷게들.


우리의 예상대로 간 녀석은 불행히도 한 마리가 있었고 나머지는 약속대로 모두 풀어주었다.


근데 내 욕심이었는지 그 한 마리마저도 풀어주고 싶었다.


지난번처럼 게 한 마리를 위해 다시 이곳으로 올 자신도 없었고  한 마리마저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동규에게 반 협박과 회유로 그 한 마리마저도 스스로 풀어주게 하였다.


나름 좋은 교육이라 생각하고 동영상을 찍었는데 찍는 와중에 동규의 울음에 너무나 미안했다.



자기랑 같이 잘 어울려 놀던 친구였다고 날 붙잡고 엉엉 울었다.


가까스로 다시 오면 만날 수 있는 친구니까 또 보자고 인사를 남기고 왔는데도 차에서 잠들 때까지도 그 마지막에 헤어진 게 걱정을 하였다.


갈매기나 물고기한테 잡혀 먹지 않아야 할 텐데 하고 말이다.


더 미안했던 건 아버지를 모셔다 드리며 만난 엄마가 동규 오늘 재미있었냐고 물어봤는데 아빠가 게 풀어줘서 마음이 안 좋다고 하는데 무척 미안했다.


그래서 다시 동규 눈을 보고 사과했더니,

"괜찮아,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으니까. 마음 다 풀렸어."라고 너무도 해맑게 웃으며 말해주었다.


순간 마음이 울컥하기도 하고 또 내가 너무 아이한테 욕심을 부려서 상처를 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동규가 잠든 이 시간에 오늘을 기록하려 하루를 되돌아본다.


"동규야 오늘 거짓말해서 정말 미안해, 다음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할게. 고맙고 미안해, 사랑해. 그 친구 만나러 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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