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적긁적
수박은 참 맛있다.
여느 과일과 마찬가지로 먹기 전에는 그 단맛을 짐작할 순 없지만
대체로 맛있었고 또 맛있다.
하지만 최근에 먹은 수박들은 맛이 없었다.
겨울 하우스 수박, 봄 수박, 제철 수박 등등 사시사철 수박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 좋을 뿐
수박의 맛은 예전만 못했다.
그래서 왜 그런가 나름의 연구를 해봤다.
결과는 단순했다.
BRIX (당도)라는 단어가 수박에 곁들여지면서부터 맛에 대한 기대치가 생겼다.
당도가 보장된다, 고당도다, 비파괴 당도측정 등
맛의 기준이 되는 당도가 난무하면서 수박의 맛은 확실히 떨어졌다.
조금 나이 든 아저씨 같겠지만 길가에서 팔던 수박에 꽝은 없었다.
계절에 맞고 장마를 거친 수박의 맛에 대한 기대는 수박 전문가 아저씨의 말에 수긍하고 사기 때문이다.
덧붙여 수박 한 조각을 잘라주는 순간 더 이상의 선택권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수박을 통통 두들기는 소리로 맛을 찾아주는 직원도 없을뿐더러 뽑기의 재미도 없다.
더욱이 당도보장이라는 말에 여름철 수박 맛을 기대하고 구입한다.
결과는 꽝, 꽝, 꽝.
사시사철 수박에게 기대하는 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히 수박 매데 위 홍보 문구에서는 브릭스 몇 이상, 당도 보장, 맛없으면 교환 가능이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결과는 늘 실패.
가격 실패, 맛 실패, 기분 실패.
어쩌면 수박에게만큼은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속담을 반영하는 건 어떨까 싶다.
당도니 뭐니 기준 없이, 기대 없이 내 선택에 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과일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