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몸이 아프고 나서야 조금 개운해진 것 같아 나만의 휴식처인 독산성을 돌았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독산성의 아침은 무척 추웠으나 이상하리만큼 가슴은 뜨거웠고 생각은 많아졌다.
그리고 내가 지금 처한 현실과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자문하며 걷기 시작했다.
운이 좋아 부모님 덕에 나름 풍족하게 살았고 여전히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더 많은 것을 가진 이를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욕심내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나란 사람을 최근에 무척 자주 마주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어제 난생처음 일면식도 없는 분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며 부탁하고 돌아서는 데 몇 번 뵈었던 어르신이 옆에 친구분에게 날 소개하며 말했다.
"참, 우리 유위원은 항상 웃는 얼굴이라 기분이 참 좋아."
난 웃고 있었다.
그랬다, 조금 전에는 무척 부끄럽고 민망했고 절박했지만 그 순간의 노력을 다하고 나선 내 얼굴에 웃음이 와 있었나 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회사보다 독산성을 택했다.
나를 돌아보는 조금의 시간을 가져보자.라는 심산으로.
산을 오르며 내가 좋아했던 일을 떠올랐다.
돈이 우선이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했던 일을 열거하고 열거하다 한 가지를 찾은 듯했다.
"같이 공부하는 것."
고등학교 선생님이 야학을 하셨었다.
우리를 가르치면서 야학 선생님으로 봉사를 하셨던 게 떠올랐다.
나 역시 비록 배움이 짧지만 글쓰기 정도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회사 근처 초등학생들의 돌봄 프로그램으로 독서글쓰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어르신들과 자기 책 만들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학비는 봉사시간으로 해서 봉사가 필요한 사람들을 서로 매칭해 주는 것도 해보면 좋겠다.
운영금 마련은 이렇게 하고 내 일주일의 스케줄은.
머리 회전이 빨라졌고 기분이 좋아졌으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렇게 근 두 시간을 걷고 나서야 어느 정도 갈피가 잡혔다.
빨리 가서 글을 쓰고 계획을 짜고 정리해야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도 또 일 생겨서 고생 많았다며?"
"아니에요, 뭐 이제 더 내려갈 건 없을 것 같고 정리하는 방향만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저 아침 안 드셨으면 같이 드실래요?"
엄마와 함께 아침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문득 올해 계획이란 말이 나왔다.
"올해가 다 끝났는데?"
"그러니까 올해 계획을 정해야겠어요. 그래야 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리한 올해 계획.
올해 계획 (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