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 온다고 집을 나섰다.
헬스장은 일요일에 8시면 문을 닫는다.
아내도 아이들도 모두가 헬스장으로 간 내게 인사한다.
운동 잘하고 오라고.
사실 그전에 일요일에 운동을 나올 때면 공원을 돌았다.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만으로도 내일, 그리고 한 주의 나를 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글이 쓰고 싶었다.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니라 그냥 쓰고 싶었다.
핸드폰으로 하는 글이 아닌 키보드를 두들기며 그 소리에 내가 빠져들며 쓰는 그런 글 말이다.
오랜만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노트북이 있다 대학원 입학 때 부모님이 사주신 노트북.
아직도 그 노트북은 숨은 쉬고 있지만 좀체 나와 같이 하는 시간이 적다.
노트북을 켜면 꼭 해야 하는 의무감이 있어서일까 막상 전원을 누르는 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게임방에 가보자.
커피숍에 가서 혼자 멍 때리는 것도 좋지만 뭔가 생산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게임이라 할지라도.
다행스럽게도 게임방에 와서 꽤 긴 두 개의 글을 쓰고 하나의 줄거리를 써 내려갔다.
결론까진 다다르진 않았지만 뭔가 나만의 공간이자 나만의 시간이 된 것 같다.
옆에서 떠드는 이들의 목소리도, 쉴 새 없이 두들기는 타자기 소리도 여느 때보다 더욱 집중이 잘 된다.
뭔가 안정감이 생긴다.
8시부터 10시까지의 운동시간이 비로소 나의 시간이 된 듯하다.
온 지 30여 분 만에 2개의 글감을 찾고 스토리를 쓰고 브런치를 적고 있다.
이후에는 글감을 위해 게임을 하겠지, 뭔가 마음이 편하다.
나는 게임을 하러 온 게 아니라 글을 쓰러 왔고 글을 쓰기 위해 게임을 한다.
불편함이 사라졌다.
운동을 즐기고 가자.
손가락이 쉬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