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가 바뀌었다.
늦은 밤, 야근을 싫어하는 내가 야근이 잦아졌다.
사회생활 하면서 처음 마주한 사수의 그 한 마디.
"일 못하면 야근하는 거야, 나머지 공부처럼."
그땐 그 말이 무척 멋있었고 동경했다.
그래서 되도록 업무시간에 일을 끝내자 했고 당당히 그 당시에도 칼퇴를 자행? 했었던 것 같다.
팀워크가 없는 놈이라는 욕도 먹으면서.
어쨌든 그런 내가...
이제는 사무실에 홀로 남아 월말 정리를 하고 다음 달 매출 계획과 출장 일정을 잡는다.
그 와중에 나만의 일정을 어디에 넣어볼까 고민하다. 아이들 행사 일정이 이미 잡혀 있는 걸 보았다.
그리고 좀 전에 온 가족 단톡방에 제사 공지.
"바쁘면 안 와도 돼."라는 아버지의 후문까지.
순서가 바뀌었었다.
어릴 땐 아버지의 아들로
스무 살이 되선 성인이랍시고 나로서
결혼하고 나선 남편이자 아빠로
불현듯 회사 사무실에 앉아 바뀐 순서를 체감한다.
미안하기도 죄송스럽기도 하고 또 나는 나대로 고민스럽다.
우선순위를 누구를 해야 할지.
마냥 생각 없이 비 맞고 싶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