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설
"그게 참 그렇더라. 그때 그 1분만 참았다면 내 인생은 180도 달라졌겠지.
하지만 뭐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선택이 지금의 날 만들었으니까 또 그마저도 다행이다 싶어.
그게 주식이고 인생이니까."
"네가 그런 말 하니까 뭔가 달라 보인다."
"바닥을 찍고 나면 다시 올라올 기회는 있어. 다만 기회를 잡느냐, 못 잡느냐로 한강에 가느냐, 안 가느냐로 나누어지는 거고."
"대단하네. 참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뭔데?"
"요즘 비트코인 비트코인 하잖아, 그거 투자해볼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아 그건 좀 어려운데."
"예전에 한 번 얘기 나올 때 무심히 흘려들었는데 지금 그게 팔백 만원 하네, 천만 원 하네 하잖아. 주변에서 얘기 들어보니까 그게 주식이랑 비슷한 거라고 하던데. 투자가치가 있나 싶어서 말이야."
"그걸 주식과 같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게 비트코인은 온라인상에서 채굴을 해서 가상화폐로 쓰이는 거잖아. 주식은 어떤 종목을 사서 그 종목의 가치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거고. 만약 그 비트코인이 가상화폐로서 현재의 화폐를 대체한다고만 하면야 당연히 최고의 투자가 되겠지. 하지만."
"하지만?"
"가상화폐라는 게 하나의 신드롬으로 끝난다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지. 종이 쪼가리도 아니고 그냥 허상에 돈을 투자한 꼴이 되는 거야."
"또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러네."
"그럼 투자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 하나부터 열까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도 될까 말까 한 게 바로 투자라고."
"그렇구나. 아는 분이 사이버머니라고 투자했던 게 알고 보니 비트코인이어서 돈을 꽤 벌었다기에 나도 늦게나마 좀 투자해볼까 했더니."
"아서라, 아서. 차라리 주식을 해. 그게 더 확실해, 망하든 성공하든."
"그럴까?"
"자, 그럼 재테크 컨설팅에 대한 상담료로 해서 여기는 네가 사는 거다 알았지?"
"이 자식 우리한테까지 상담료를 챙기네. 좋아. 여기뿐이냐, 비도 오고 하는데 2차 파전까지 쏜다, 쏴.
그럼 오랜만에 신나게 좀 마셔볼까, 준석아 너도 한 잔 해."
"어? 어."
"넌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냐? 누가 보면 돌하르방 세워놓고 술 마시는 줄 알겠다."
"나도 사실 전에 사이버머니라고 사둔 게 있는데."
"사이버머니? 비트코인?"
"아 아니 잘은 모르겠는데 그때 아는 선배가 중국에서 사이버머니가 뜰 거라고 조금 투자하라고 한 적이 있었거든."
"그게 언젠데?"
"아마 7,8년 전이었던 것 같아."
"7,8년 전이면 2009년이잖아. 설마?"
"야야, 빨리 찾아봐."
"그게 그걸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지 몰라서."
"정민아, 너 모르냐? 비트코인 확인하는 방법?"
"그건 나도 잘 모르는데."
"아, 그러지 말고 니 선배, 그 선배한테 전화해서 물어봐봐."
"맞네, 어서 전화해서 물어봐봐. 근데 너 얼마나 투자했었어?"
"백만 원."
"백만 원? 그럼 지금으로 환산하면 대략 200,300억 되는 거 아니냐?"
"거의 그렇지. 초창기에는 돈의 가치가 전혀 없었으니까."
"전화받냐?"
"아니 신호만 가는데."
"전화 안 받는 거 아냐?"
"그럴 사람은 아니야. 얼마 전에도 만났는데."
"어떻게 아는 사람인데?"
"그냥 같이 모임도 하고 그래."
"그럼, 그 사람도 까먹고 있는 거 아냐?"
"그럴지도. 그럼 우리가 찾아줬으니까 진짜 10억씩은 선물로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잃어버린 돈 찾아주면 10% 주고 그런다는데."
"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어, 형님."
"우리 이제 부자 되는구나, 부자 돼."
"왜 우리가 부자냐? 준석이가 부자지."
"그래도 우리랑 얘기하다가 잊고 있던 돈 찾았으니까 뭐 조금은 챙겨줘야 의리지, 안 그러냐, 준석아? 이 새끼 대답이 없네."
"좀 조용히 해봐."
"이야, 이 자식 돈 생겼다고 사람 괄시하네. 아, 기분 상해."
"좀 기다려봐,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잖아."
"형, 그 옛날에 중국애들한테 투자한다고 했던 그 사이버머니 있잖아요. 아, 네. 맞아요. 그 그게 어떻게 됐나 해서요. 아? 그래요."
"뭐래? 비트코인이래?"
"아아. 네, 알겠습니다. 형님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물어보지 마, 맞아도 아니라고 할 놈이니까."
"술이나 마시자."
"뭐야? 맞데, 아니래?"
"술이 참 쓰다."
"술이 쓰지, 다냐? 이 짠돌아! 돈 안 달라고 할 테니까 뭔지나 말해봐."
"아니야."
"뭐가?"
"아니라고."
"뭐? 짠돌이 아니라고?"
"비트코인 아니라고."
"아니야? 거봐, 너 아까 없는 돈이라도 시원하게 준다 했으면."
"그럼 뭐야?"
"사이버머니."
"응?"
"진짜 사이버머니라고."
"그게 뭔 소리야?"
"그 형이랑 그때 한참 하던 게임 사이버머니라고. 중국 애들한테 아이템 사서 팔던."
"진짜?"
"그래."
"그럼 그때 투자한 돈은?"
"게임회사 망해서 날아갔데."
"나 잠깐 웃어도 되냐. 큭큭큭."
"자자, 준석이 기분 풀고. 이렇게 우리의 인생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딱 1분이 걸렸다. 자, 다 같이 한잔하자."
"우리의 인생을 위하여."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