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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먹는 기획자 Aug 31. 2020

오뎅백반

오뎅반찬은 없다.

대구 친구들과 놀다 보면 대구음식의 대한 그들의 자부심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안지랑 곱창, 동인동 갈비찜, 달떡, 중화 비빔밥을 처음 먹어보았을 때 서울에도 비슷한 맛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납작 만두의 기름 맛을 잊을 순 없지만 감동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대구에서 술을 먹을 때면 내 친구들은 동성로에 즐비한 프랜차이즈 식당을(물론 서울에도 있는) 자주 데리고 갔다. 대구에 있는 친구들과 대구별미를 먹어본 기억이 없다.


그래도 대구에 가면 이제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오뎅백반을 꼽는다. 오뎅백반은 숙성회를 파는 경상도의 노포 집에서만 볼 수 있는 음식인데, 이번에 방문한 곳은 종로초밥이다. 사실 나는 오뎅을 즐겨먹지 않는다. 오뎅백반을 먹으러 가자고 하여 볶은 오뎅반찬 장국이 나올 줄 알았으나, 정말 제대로 된 오뎅요리가 나왔다. 일본식으로 오뎅과 스지, 캐비지 롤(고기 양배추 말이), 계란과 두부 그리고 미역이 담긴 국이 깍두기 오징어젓갈과 함께 나왔다. 소고기 육수와 오뎅 국물의 맛이 섞여 깊은 맛을 자랑하는 오뎅백반은 해장과 술안주 두 가지 역할을 톡톡히 소화해낸다.


안주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이 된다. 첫 번째는 안주의 맛을 리프레쉬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안주, 두 번째는 반대로 술의 맛을 가시기 위해 먹는 안주이다. 그런데 오뎅백반과 같이 녹진한 탕국은 위험한 음식이다. 그 특유의 소기름을 품고 있는 국물을 먹고 나면 입안이 코팅이 되며 소주 한잔으로 리프레쉬하고픈 맘이 간절해진다. 그래서 얼른 소주를 한잔 머금고 입을 개운하게 만들어주면 콧잔등에 맺히는 소주 향 때문에 스지 한 점이 또 생각난다. 해장을 위해 친구들과 눈을 비비며 만나서 오뎅백반을 먹으면 반주가 절로 따라오고 밥 한 공기를 먹는 동안 소주 두어 병이 순식간에 또 사라진다.


-홍보는 없고 요리를 통해 깨달았던 내용이나 스토리 있는 음식과 문화를 설명하는 밥 먹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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