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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먹는 기획자 Apr 19. 2021

칼국수는 사랑이다.

입술을 자극하는 면 요리의 정수

유독 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면은 먹기 편하고 찬 음식, 더운 음식을 가리지 않고 어울리는 식재료이다. 그중에서도 기계로 뽑은 면이 아닌 칼국수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입안 가득 불규칙한 면발이 서로 엉겨 붙어 특유의 식감을 자랑한다. 면은 밥과 달리 먹는 내내 입술을 자극한다. 그래서 그 특유의 자극이 면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칼국수로 유명한 도시를 꼽자면 대전이 있다. 대전은 일제강점기에 밀을 전국으로 배분하는 교통 요충지여서 밀이 흔했다고 한다. 지역마다 칼국수의 고명이 다른데 지역별로 구하기 쉬운 재료들이었다. 충청도 지역에서는 디포리와 사골 육수를 배합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 외에도 멸치 육수 칼국수(부산 경남 지역), 바지락과 해물을 사용하여 시원한 맛을 내는 칼국수(전라도), 멸치 육수에 고기(주로 닭고기)를 넣어 깊은 맛을 내는 칼국수(경기도) 등이 있다. 서울에서는 쇠고기 고명과 육수를 사용하며, 좀 더 고급스럽게는 사골 육수로 국물을 내기도 한다. 강원도에서는 된장을 이용한 장칼국수, 전라도 지방에서는 팥칼국수가 유명하다.     

(대전 출장 중에 먹었던 칼국수 이름은 생각이 안 난다.)


그중에서 디포리 육수에 애호박, 배추, 양파 베이스의 채소 육수가 주는 깔끔한 맛의 칼국수를 자주 만들어 먹는다. 가끔 시간이 남으면 시중에서 파는 면이 아닌 직접 반죽을 하여 만들어 먹곤 하는데, 흰 밀가루 반죽에 물과 소금을 조금 넣고 치대어 만든다. 반죽이 발효되는 동안 육수를 만들고 채소를 썰어 넣는다. 이때 냉장고에 있는 단백질이 될 만한 것을 곁들여도 좋다. 칼국수를 만들고 있자면 내가 마치 삼시세끼를 찍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내가 만든 칼국수인데 예쁘게 좀 찍을 걸 그랬다.)

쌀농사 위주의 한국 땅에서 먹을 것이 부족하여 장려한 밀가루 음식은 그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칼국수는 서민들의 소울 푸드로 사랑받고 있다.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보자면 기본적으로 국물요리에 간단하게 한 끼 먹을 수 있어 빨리빨리를 사랑하는 그 시절의 정서와 맞아떨어진 게 아닐까 싶다.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차려야 하는 여러 반찬들과 달리 칼국수에 김치만 있으면 한 끼 먹을 수 있어 차리기도 편하고 만들기도 쉽다. 그런데다가 따뜻한 국물까지 있어 든든한 한 끼이니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홍보는 없고 요리를 통해 깨달았던 내용이나 스토리 있는 음식과 문화를 설명하는 밥 먹는 기획자-   


PS. 지역별 칼국수 내용은 나무 위키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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