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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먹는 기획자 Aug 22. 2021

나를 간직한 노포식당

콩국수 먹다 인생을 배운다.

처음 연애를 할 때 우리는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항상 과하게 주는 경향이 있다. 내 첫 연애를 돌아보자면 그랬던 거 같다. 관계가 진전되자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만을 주게 되는데 그러다가 나를 잊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에 답을 콩국수를 먹다가 생각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유명하다던 콩국수 집인 진주회관(시청), 진주집(여의도)을 가보고 진주에 삼호분식(진주회관과 진주집의 원조격의 콩국수 집)을 가기 위해 여름휴가를 진주로 떠나 콩국수를 먹던 중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콩국수집에서는 콩물을 부은 국수만 파는 거지?”     


(고명은 없다.)

아무런 고명도 없고 소금, 설탕, 김치 정도만 내어주는데 이걸 당연시하기보다는 콩국수는 여름 메뉴니까 겨울에는 두부찌개라던가 이걸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메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하니까 여자친구가 콩국수 먹자고 끌고 오면 콩국수 말고 먹을 다른 메뉴도 필요하고 겨울이면 추우니까 따뜻한 국물요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은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는 게 대세니까 사진이 예쁘게 나오도록 고명도 이쁘게 만든다면 더 유명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은 삼호분식 사장님과 이야기하던 중  잘못된 생각이라는 생각을 했다. 콩물을 포장하겠다는 나의 요청에 콩물은 쉽게 상하니 서울까지 들고 갈 거면 아이스박스가 있어야 판매하신다고 하셨다. 11시에 오픈하신 가게는 1시가 되지 않아 닫으셨는데 비가 오면 콩물이 맛이 없다면서 가게를 닫으셨다. 판매하시는 콩국수에 대한 자부심이나 철학에 놀랐다.     

(내비에 진주냉콩국수로 검색해야 나온다.)

나는 트렌드를 분석하여 감자전에 치즈도 올리고 바삭한 식감을 위해 감자채도 썰어 넣은 메뉴를 개발하는데 저분처럼 기본에 충실한 음식을 보면 이질감을 느낀다. 감자만 갈아 내어놓은 감자전만으로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사실, 나는 내가 만든 음식은 고사하고 나에 대해서도 저런 자부심이 없어 늘 무언가 추가하는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비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연애도 요리도 나 그리고 콩이 가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이것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 그 대신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할 것 그리고 과하게 꾸미지 말 것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족: 친한 친구가 자신이 먹던 콩국수는 하얀색이 아니라 메로나 색깔이라는 말에 찾아보니 콩껕질을 벗긴 상태로 갈아주면 사진처럼 연두색이라고 한다. 그 친구의 할머니가 손주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어주시기 위해 정성스럽게 깐 콩을 맷돌에 돌려 만드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먹어보진 않았지만 마음 깊숙이 사랑이 채워질 것 만 같은 맛이어서 부러웠다.     

-홍보는 없고 요리를 통해 깨달았던 내용이나 스토리 있는 음식과 문화를 설명하는 밥 먹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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