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

내가 다니는 도서관은 어떤 도서관일까?

by 동동이잔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답게 도서관에서 마주하기 싫은 사람이 많아졌다. 특정 한 사람을 꼽는 것이 아닌 유형이 생긴 것이다.

첫 번째로 책을 연체하는 사람이다. 일주일, 길게는 한 달을 연체된 책을 기다릴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있다. 내가 말하는 연체의 기준은 ‘귀찮음’이다. 귀찮아서 반납을 영원히 안 하는 사람이 있다. 설마... 하겠지만 예약 걸어둔 도서를 일 년 반 만에 볼 수 있게 된 장본인이 있다.(나다.)

두 번째는 조용함을 강요하는 사람이다. 이건 내가 다니는 도서관 한정일 것 같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은 커다란 홀에 카페도 있으며 피아노도 있고 큰 계단식 좌석도 놓여 있다. 2층엔 어린이들이 뛰며 놀 수 있는 공간과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3층은 성인들의 독서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데 폐쇄적인 분위기가 절대 아니다. 빈백과 소파가 비치되어 있으며 사용할 수 있는 콘센트가 즐비하게 놓여 있다. 그렇기에 누워서 책을 보는 사람도 있고 노트북 타자 소리가 좀 큰 학생들도 있다. 산만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만큼 자유롭고 층고가 높아 숨이 탁 트인다.

정숙한 분위기의 도서관은 근처 도보 20분 거리에 따로 있기도 하다. 도서관마다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사람들은 자기 필요에 맞게 선택한다.

얼마나 축복받은 동네인가!

이러한 분위기에 너무도 만족을 하며 다니고 있다. 그러다 주변인들에게 과한 조용함을 강요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의 옆자리는 자연스럽게 피하게 된다.

세 번째로는 책을 훼손한 사람이다. 이 같은 경우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아닌 만나고 싶지 않은 책에 가깝다. 철학책을 빌려 읽는 와중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아닌 다른 곳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면 괜히 ‘어? 저기가 정답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줏대 없어 보일지라도 어쩔 수 없다.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표시한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누군가 책에 낙서, 메모, 밑줄. 심지어는 페이지를 접어 표시까지 해두었다면 오로지 이 책을 즐기겠다는 나의 다짐이 무너지게 된다. 물론 예외인 장소가 존재한다. 헌 책방 같은 경우엔 맨 앞장에 쓰여 있는 편지를 몰래 훔쳐보기도 하며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에서는 괜스레 웃음도 난다. 단지 도서관과 헌책방. 장소의 차이만 두었을 뿐인데 이런 차이가 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는 듯이 본인이 가는 곳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헌 책방서 왜 새 책이 아니냐 따지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장소에 맞는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는 말과 함께 오늘의 에세이를 끝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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