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사고하는 중 03

김훈의 화장을 읽고

by 동동이잔다
각 장의 줄거리


김훈 「 화장 」에서 아내의 죽음을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1장을 시작한다.

화자는 전립선염을 앓고 있으며 화장품 회사의 상무이다.

화자의 이러한 설정은

전립선 염의 환자

화장품 회사의 상무

로 시작되는 부가적인 이야기를 끌어온다.

아내의 장례를 진행하면서 화자는 자신의 전립선염의 이야기를 꺼낸다. 죽은 아내를 따라가지 못한 이유로 꽉 찬 방광을 말하고 있다.


죽은 아내의 시신이 침대에 실려 나갈 때도 나는 방광의 무게에 짓눌려 침대 뒤를 따라가지 못했다.
김훈, 「 화장 」, 82면


화자는 욕탕에 몸을 담그면서 아내와 결혼한 수십 년 간의 시간을 회상하기도 한다. 회상이 끝나고 향한 곳은 비뇨기과였으며 꽉 차 있던 방광을 비운다.

2장에서는 장례식을 준비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사장이 상중인 화자에게 일에 대한 얘기를 건네면서 화자의 회사 얘기가 시작된다.

바로 여름 광고 전략인 여자의 내면 여행과 여자는 가벼워진다. 라는 주제 중 하나를 정하고 기획을 진행해야 된다는 ‘부가적인 이야기’가 여기서 나오게 된다.

3장에서는 추은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야기는 전환된다.

당신의 이름은 추은주.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린 그 사람인가요.
당신에게 들리지 않는 당신의 이름이, 추은주, 당신의 이름인지요.

김훈, 앞의 책, 95면

주인공은 추은주를 처음 본 날부터 느낀 감정을 ’추은주‘에게 직접 표현하는 방식으로 전개가 된다.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앞부분과 똑같이

당신의 이름은 추은주.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린 그 사람인가요.
당신에게 들리지 않는 당신의 이름이, 추은주, 당신의 이름인지요.

김훈, 앞의 책, 95면

로 끝을 내면서 수미상관을 이룬다.

4장에서 바로 문상객 중 하나로 추은주를 등장시킨다. 화자는 장례식(현재의 공간)에서 추은주를 보며 과거 자신이 추은주에게 가졌던 감정을 떠올리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2장에서 언급되었던 회사 이야기가 또 한 번 전개되면서 화자가 회사에서의 존재감이 어떤지 드러난다.

5장은 3장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당신의 이름은 추은주.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린 그 사람인가요.
당신에게 들리지 않는 당신의 이름이, 추은주, 당신의 이름인지요.

김훈, 앞의 책, 95면

마찬가지로 수미상관을 사용해 장을 끝내기도 한다.

3장과 다른 점은 아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아내의 병수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나 안 좋은 상황이었는지 얼마나 아파했는지 묘사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추은주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6장에서는 아내를 화장하는 장면이 서술되어 있다. 또한 추은주의 사표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미련이 없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가 없는 집에 도착해서는 아내가 키우던 개 ‘보리’를 안락사 목적으로 동물 병원으로 데려간다. 보리를 안락사하고 나서는 회사 문제였던 여름 광고 전략에 대해

이봐, 지금 지지고 볶을 시간이 없잖아. ‘가벼워진다’로 갑시다. ‘내면여행’은 아무래 도 너무 관념적이야. 그렇게 정하고, 내일부터는 예산 풀어서 집행합시다.

김훈, 앞에 책, 120면


라는 선택을 보여준다.

…….글의 특징이라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기는 느낌 때문에 각 장 마다 줄거리를 정리해 보았다.

이미지가 아예 다른 이야기들이 등장하면서 화자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려움을 주었다. (특유의 담담함과 사실적인 묘사들이 더욱 혼선을 주기도 했다.)

또 다른 특징인 ~했다. ~했어요. 두 가지 말투의 진행은 ’나‘와 청자(=독자)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가도 다른 장에서는 ~했어요. 라며 ‘나’와 청자(=추은주)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느끼게 했다. 아마 이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앞에 언급했던 서술 방식은 소설의 시간과 공간에도 영향을 끼쳤다.

우선 적으로 스토리 시간과 담론 시간의 불일치가 있겠다.

아내가 죽으면서부터 화장하기까지의 시간인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을 한다.

추은주에게 말을 거는 듯한 3장과 5장을 근거로 들 수 있겠다.

하지만 현재의 시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도 진행이 되어야 되니 회상 부분을 요약했다.

입사한 지 여섯 달 만에 청첩장을 돌리며 결혼했고, 동료직원들이 당신의 부푼 배를 위태로워할 때까지 만삭의 배를 어깨끈 달린 치마로 가리며 출근했고, 당신을 꼭 닮았다는 딸을 낳았고, 산후휴가가 끝난 뒤 다시 당신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김훈, 앞의 책, 98면


말고도 아내와의 결혼생활 회상 또한 요약되어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3장과 5장에 나와 있는

당신의 이름은 추은주.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린 그 사람인가요. 당신에게 들리지 않는 당신의 이름이, 추은주, 당신의 이름인지요.

김훈, 앞의 책, 95면

수미상관으로 장의 처음과 마지막에 반복되어 위치하고 있으며 중첩 반복 서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추은주를 향한 화자의 감정을 더 강조하는 기능을 했다.

마지막으로 병원, 욕탕. 그리고 장례식장 순서대로 화자는 현실적인 시공간에 위치해 있지만 회상을 통해 여러 시공간을 경험하게 했다.

이제 이 작품에 대한 ‘추은주와 아내’, ‘보리’, ‘가벼워진다.’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 분석을 해보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화가가 아내가 아닌 추은주를 사랑하고 있구나. 라고 받아들일 정도로 추은주를 생각하고 꼼꼼히 묘사한다. 정도가 불쾌하게 다가오기까지 한다.

작가는 화자를 통해 한 사람이 두 가지 마음을 지닐 수 있다. 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그런 목적으로 작품을 썼더라면 아내가 키웠던 ‘보리’와 ‘가벼워진다.’라는 상징적인 대목이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왜, 작가는 추은주에 대한 화자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다가도 결말 부분에서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사람처럼 표현했을까?

내가 파악한 이 글의 주제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는 상실감에 대한 것이다.

화자는 병든 아내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 분명했다. 또한 아내가 죽고 나서 추은주를 생각하는 것과 같이 아내를 쭉 생각한다. 제 딸아이를 보며 아내를 보고 비뇨기과에서 치료를 받으며 잠이 오는 와중에도 아내의 흔적을 생각한다.

이러한 근거로 화자의 진심이 추은주가 아니라 아내에게 있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내와 함께 있으면서 추은주를 생각하고 장례식을 진행하는 내내 추은주를 떠올리는 것은 분명 ‘추은주’에 향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되는 점은 장례식이 끝내고 화자가 취한 행동이다.

화자는 추은주와 상관이 없는 인물처럼 행동을 취한다. 이는 아내의 죽음이 끝날 때 벌어진 일이다.

화자가 이러한 행동을 취한 것에 대한 이유로 아내가 죽은 후에 추은주라는 인물이 가진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처음 화자가 회상한 것은 건강한 육체를 가진 아내와 보낸 시간이다. 하지만 이는 잠깐이며 아내는 계속 아픈 상태로 회상된다. 이에 대한 결핍을 건강한 육체를 가진 추은주가 채워준다.

현실에서의 아내가 아프고 상황이 좋지 않으니 회피하고자 찾은 곳이 추은주였던 것이다.

화자가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는 부분은 더 있다. 바로 아내가 키우는 개 ‘보리’에 대한 처리다.

“개 이름이 뭡니까?”
“보리입니다.”
“보리라면?”
“사람으로 태어나라는 뜻이라고 우리 집사람이 그럽디다.”

김훈, 위의 책, 119면

작 중, 아내는 자신이 아픈 와중에도 개밥을 신경 쓸 정도로 ‘보리’를 매우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다음 생’을 생각하는 것을 미루어 보아 믿음이 정도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환생에 대한 믿음이 있다 볼 수 있다.

이에 화자는 보리가 아내의 바람대로 사람으로 환생하길 바라는 마음에 안락사를 시켰다고 볼 수 있다. 과한 해석일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는 ‘보리’=‘아내’라 보고 화자가 아내가 환생하길 바라는 것이라 봤다.

화자가 아내를 보내고 가장 먼저 한 것은 광고담당이사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러곤 밀린 업무를 먼저 처리한다.

이봐, 지금 지지고 볶을 시간이 없잖아. ‘가벼워진다’로 갑시다. ‘내면여행’은 아무래 도 너무 관념적이야. 그렇게 정하고, 내일부터는 예산 풀어서 집행합시다.

김훈, 앞에 책, 120면

여기서 화자는 ‘가벼워지다.’를 선택한다. 그러고는 바로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 모든 것이 아내를 잃은 슬픔에 벗어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또한 ‘가벼워지다’를 선택한 것은 화자가 아내를 잃고 나서의 앞으로를 살아갈 태도를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느낀 점

이번 작품을 분석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결말까지 이루는 것에 대해 대단함을 느꼈다. 드러나는 스토리와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가 다르기에 한 번 읽고는 이해하기가 힘들며 여러 번 읽은 지금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파악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꽤나 배울 부분을 많이 찾아낸 것 같다. 담담하지만 치밀한 묘사는 기분 나쁜 정도로 상황을 그릴 수 있게 한다. 또한 화자가 느끼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부분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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