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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모방시 / 김승희 -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내일도라는 섬이 있다

by 한 줄이라도 끄적

엄마의 모방시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은 꺼트리지 않고 사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과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내일도라는 섬이 있다




가장 깊은 곳에

까만 슬픔보다 더 깊은 곳에

내일도라는 섬이 있다

내일도 꿈을 꾸는 사람들

내일도 희망의 불씨 살려보려 하는 사람들



하루하루 마냥 웃음 띠는 섬, 내일도

행여 실패하더라도

포기를 하지 않고 재도전한다고

바보 같은 우리 형, 내 동생,

그런 선한 마음을 몰라선 안된다고



사기를 당해 빨간딱지 도배하고

당대 톱스타가 가면뒤로 마약하고

공황장애 재발해

숨 끊어질 듯해도 친구가 부르면 설레는 마음,

학교폭력 당한 자식에도

굳게 마음 다잡고 힘을 내는 가족들의 피멍 속



그런 이웃들이 모여 사는 섬, 내일도

그런 희망들이 함께 모인 섬, 내일도

그 가장 가치 있는 것 중에

더 숭고하게 땀 흘린 이들,

그 가장 치열한 것 속에 더 피어나는 희망찬 삶

모두가 다 아는 섬에 지내면서

세상의 어느 누구 하나 밟아보지 못한 섬

그래서 더 고귀한 섬,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섬, 내일도

당신 눈빛 속의 빛나는 열정과 따스한 온기

아이 같은 순수와 미소 가득 찰나의 감동



내일도라는 섬에서

내일도 희망을 싣고

내일도 절망하지 않는다면

어느새 암초 다 지나 손을 흔들며 환호하리라,

어느 순간 좌절 고통 다 녹아내려 살맛 나는

내일도, 그곳에서 빛날 수 있으리라






무엇을 위해 하루하루 애쓰며 사는 걸까?
내일 또는 미래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있긴 한 걸까?
지금보다 나은 내일이 올 거라 매일 헛된 주문을 하는 걸까?
아니면 똥을 보며 거름이라고 어떻게든 핑계와 이유를 만들어 아등바등 살아가는 걸까?
누구나 그렇듯 이끌려가는 삶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고픈 건 매한가지이나 고립된 환경에서 희망의 불씨를 찾아 헤매는 건 당연한 과정일까 시간 낭비일까?
상상만으로도 옅은 미소가 번지는 꿈은 사치일까?


이래저래 김승희 시인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를 들릴 듯 말 듯 읊조릴 때마다 나 자신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굳이 질문에 대한 답이 딱 떨어지지 않더라도 질문만으로도 머릿속은 뒤죽박죽이다가 이내 차분해진다.
지금이야 어찌 되었든 그래도 내일이 있고, 내일은 그래도 오늘보다 나을 테니 말이다.
비록 그 주문이 산산조각 나더라도 꿈꿀 때만큼은 설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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