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고쳤다!

by 세둥맘

사이클을 하는 70대 할머니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뒷모습만 보면 20대인 줄 착각할 정도로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사이클! 그때부터 주위에 사이클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분도 있었고 자전거로 양평까지 일주하는 분도 있었다. 한 체육선생님은 여주에서 강화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회의에 참석하러 오신 분도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전거를 타는 것은 나의 버킷리스트에 올라와 있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만 간절히 원했지 실행에 옮기지는 않은 채 십 년의 시간이 흐른 듯하다.


우선 집 현관에서 몇 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자전거를 고쳐서 타보기로 했다. 둘째가 초등학교 때 사준 자전거이니 벌써 십 년도 넘은 자전거이다. 몇 년 동안 안 탔더니 바퀴의 바람도 빠지고 체인도 빠졌다. 막내가 작년에 친구들과 함께 고물 자전거를 끌고 가서 고쳐서 며칠 타더니 금새 고장이 나버렸다.

"엄마가 이 자전거 고쳐서 타볼까?"

"안돼, 그거 고쳐도 또 고장 나! 새 거 사!"

막내는 새 자전거를 사라고 성화였다. 둘째가 고등학교 때 실컷 쓰다 버린 노트북도 리셋해서 잘 쓰고 있는 경험이 있어서 일단 자전거 수리점에 가보기는 하기로 했다. 마침 긴 연휴에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한 가지는 해야지 싶어서 첫날 바로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동네에 가장 가까운 자전거 수리점은 7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팔도 자꾸 붓고 무거운 걸 들면 안 되는 나의 사정을 딸들은 잘 알지만 아무도 따라나서지 않는다. 억척이 기질을 또 발휘해서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씻는 것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고장 난 자전거를 두 손으로 끌면서 가자니 조금 창피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고장 난 자전거라는 사실은 나밖에 모르는 일이다. 인터넷 지도를 열심히 따라 가보니 자전거 수리점이 나왔다. 오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사장님은 뚝딱뚝딱 두어 번 만에 체인을 갈아주시더니 다 되었다고 한다. 수리비는 고작 만원!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서 고친 자전거를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끌고 왔다. 오는 길에 자전거를 한번 타보려고 근린공원에 들렀다. 오 분 동안 자전거를 두 손으로 꼭 잡고 서있기만 했다. 도저히 못 탈 것 같았다. 다시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연휴 마지막 날 집에서 뒹굴거리는 막내를 꼬셔서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막내가 먼저 시범을 보일 겸 아파트 분수대를 두세 바퀴 돌았다. 엄마도 타보라고 하는데 겁이 나서 도저히 탈 수가 없었다. 자전거 타는 것과 수영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가도 금방 다시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너무 무서웠다. 자전거를 안 탄지가 십 년은 넘은 것 같다. 장소를 옮겨 조금 더 넓은 근린공원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막내가 시범을 보여주었다. 용기를 내서 타보기로 하였다. 자전거가 금방 넘어질 것 같았고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것 같아서 페달을 밟을 수가 없었다.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공원에 아이들이 너무 많이 놀고 있었다. 잘못해서 아이들과 부딪힐까 봐 도저히 탈 수가 없었다.


막내가 반려견 순둥이를 집에 데려다 놓고 오는 틈을 타서 혼자서 도전해보기로 했다. 마침 아이들도 별로 없었다. 페달을 밟고 뒤뚱거리는 핸들을 바로 잡았다. 넘어질 것 같았지만 페달을 연이어 밟았더니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커브를 돌았다. 힘을 빼자! 손에 잔뜩 들어간 힘을 뺐다. 두 바퀴를 돌았다. 건너편에서 아이들이 오는 것 같아 바로 브레이크를 잡다 넘어지고 말았다. 그래 까짓 거 넘어지면 되지!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타봤다. 이제는 출발은 순조롭게 할 수 있었다. 두 바퀴까지는 잘 돌 수 있었다. 더 이상은 겁이 나서 못 탈 것 같았다. 마스크를 끼고 안 타던 자전거를 타자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오늘은 고만하리라!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막내를 만났다. 막내는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를 두세 바퀴 돌았다. 재미있단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니 둘째와 큰 애가 다음번에는 서로 자기가 엄마를 따라 자전거를 타러 가겠다고 한다. 갑자기 자전거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퇴근해서 조금씩 자전거 타기 연습을 해보기로 한다. 조금 익숙해지면 산책길에서도 한 번 타보리라!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탈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가 된다.


단돈 만원과 고장 난 자전거를 끌고 수리점까지 가는 번거로움을 참은 대가가 꽤 크다. 자전거라는 매개체로 가족 간에 큰 유대감이 생긴 듯하다. 휴일에는 핸드폰으로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딸들을 한 명씩 데리고 나가서 자전거를 타야겠다. 생각보다는 실천이다! 집에만 있기보다는 나가는 것이다! 자전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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