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해서 돌아오니 큰 딸이 보이지 않았다.
"언니 어디 갔어?"
"떡볶이 사러 갔어. 냄비도 들고 갔어!"
"냄비를 들고 갔다고?"
잠시 뒤 딸이 커다란 전골냄비 한 가득 떡볶이를 담아서는 씩씩거리며 돌아왔다.
"어이구, 무거워! 만 원어치 샀는데 이렇게나 많이 줬어. 한 냄비 가득이야!"
식구들은 오랜만에 떡볶이 잔치를 한다.
"엄마가 옛날에 떡볶이 사러 갈 때 냄비 들고 가라고 했잖아!"
"그때 우리가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아?"
몇 년 전 동네에 맛있는 떡볶이집이 생겨 한창 열심히 사 먹을 때였다. 랩 같은 비닐 제품이 뜨거운 음식에 닿을 때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인터넷 기사를 본 후로는 항상 냄비를 들고 다녔다. 주인아저씨에게 떡볶이 포장이라고 외치면서 대뜸 냄비를 내밀고는 여기다 담아달라고 하였다. 그러면 아저씨는 한 번 씩 쳐다보고는 아무 말 안 하고 보통 포장 양보다 많이 담아주곤 하였다. 애들을 떡볶이 심부름 시킬 때마다 커다란 냄비를 손에 쥐어서 보냈는데 그게 무척 창피했나 보다. 그랬던 애들이 이제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진해서 냄비를 들고 다닌다.
카페에서 음료수를 사 올 때도 집에 있는 텀블러를 서너 개씩 가져가서 종류별로 사 가지고 오기도 한다. 아직까지 우리 동네 카페에서는 텀블러를 가져오는 손님들이 별로 없나 보다.
"아르바이트생들이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하면 깜짝깜짝 놀라!"
"시간도 엄청 오래 걸려!"
투덜거리면서도 딸들은 텀블러로 음료수를 부지런히 나른다.
꼰대 막내는 플라스틱병을 버릴 때마다 비닐 라벨지를 꼭 떼서 버린다.
"환경오염 때문에 태풍이 자꾸 오는 거라고!"
입바른 소리도 잊지 않는다.
우리들은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맑은 공기와 청명한 날씨를 맘껏 누리고 살았지만 요즘 애들은 그러지 못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아이들이 주인인 자연을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인데 우리는 고마움도 느끼지 않고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 같다.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회용품들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요즘처럼 비대면을 위해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경우에는 분리수거할 일회용품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이런 일회용품들로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는데. 태평양 한가운데는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섬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함부로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바닷물에 휩쓸려 미세 플라스틱으로 되고 이것을 먹이로 착각해 물고기들이 먹는다고 한다. 이 물고기를 포획해 인간이 먹으면 다시 우리의 몸속으로 버렸던 플라스틱이 들어오는 것이다. 플라스틱의 악순환이다. 딸들의 작은 실천이 지구 보호에 작은 힘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