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직장 사람들과 함께 가까운 왕릉을 갔을 때였다.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운동은 주로 뭘 하세요?"
"매일 산책을 해요. 한 시간 정도 걸어요."
"걷기, 정말 좋은 운동이죠." "집에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무조건 밖으로 나와야 돼요!"
평상시 내 생각을 말하였다. 집에 있으면 안 된다.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된다.
퇴근 후나 휴일이 되어 집에 있게 되면 그동안의 피로가 몰려온다. 자연스럽게 눕게 되고 누우면 스르르 눈이 감기게 된다. 깜박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밤에 숙면을 취할 수가 없게 된다. 얕은 잠이 들었다가 깨고를 반복한다. 다음날 일어나면 더 피곤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될 수 있으면 낮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밖으로 무조건 나가는 것이다.
토요일인 어제는 집안일을 끝내고 나른한 오후 4시경이 되자 자전거를 끌고 근린공원으로 향했다. 근린공원에는 국화로 새단장을 해서 알록달록 아기자기 예뻤다.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핸드폰으로 국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무들도 단풍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가을이 짙어진 느낌이었다.
국화꽃이 알록달록!
벌써 단풍이 든 나뭇잎!
새로 고친 자전거와 씨름을 하며 공원을 천천히 몇 바퀴 돌았다. 자전거 타기에 조금 익숙해지니 바람을 가르면서 타는 맛이 짜릿하였다. 그래 이 맛으로 자전거를 타지! 신나게 몇 바퀴를 더 돌았다. 마스크를 끼고 자전거를 타자니 온 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일요일인 오늘도 나른한 오후 3시경 또 자전거를 끌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어제보다 반경을 조금 더 넓혀서 산책길을 도전해보기로 했다. 막내가 자전거를 끌고 나가는 나를 향해 헬맷을 꼭 쓰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헬맷에다 마스크에다 무거운 자전거까지, 내가 봐도 꼴이 조금 우습긴 하였다. 그래도 안전이 최고니까, 이 정도쯤이야 감수해야지!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인도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핸들이 뒤뚱뒤뚱 요동을 친다. 저 앞에서 사람들이 오는 게 보여 바로 브레이크를 잡고 내려서 끌고 갔다. 사람들의 통행이 뜸한 곳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하필 오늘따라 사람들이 두 명이나 걸어가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자전거를 끌고 조금 넓은 곳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도 있었다.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용기를 내서 페달을 밟았다. 길이 끝나는 곳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 점점 자신이 붙었다. 길 건너 반대편 길도 도전을 해보았다. 성공이었다. 다음은 하천변 산책길을 도전해보았다. 평상시 걸어 다닐 때는 몰랐는데 길에 펜스가 없어서 잘못하면 하천으로 굴러 떨어질 수 있겠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겁이 나서 완주는 못하고 중간에 내려서 다시 끌고 가기를 반복했다.
오늘 버킷리스트 일 단계인 산책로 자전거로 달리기를 도전했고 성공했다. 집에만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천변 달리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상이 왠지 다르게 보였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자전거 타기 전의 세상과 타고난 후의 세상이 달라 보였다. 세상이 나를 응원하는 것 같았다. 세상은 넓어!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해봐! 이렇게 나에게 외치는 것 같았다. 내가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세상이다. 집에 가만히 있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