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보다 날카로운 말 한마디!

by 세둥맘

요즘 학교에 새로운 인력들이 자꾸 들어온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방역인력이다. 우리 학교에는 시청에서 2명, 교육청에서 1명 이렇게 3명의 방역요원들이 새로 들어왔다. 주로 하는 일은 학교 내외의 소독이다. 손잡이, 계단 난간, 교실 책상, 화장실 손잡이 등등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매일 소독을 하신다. 최근에 오신 분들은 소독 이외에 교문에서 학생들 등교 시 거리두기 지도, 등교 시 발열체크기 관리도 해주신다. 세 분이나 오셔서 교직원들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곳을 소독해주시고 등교 지도까지 해주시니 선생님들은 훨씬 수월해졌다.


분 중 두 분은 나이가 오십 대라 연륜이 있으셔서 그런지 말 안 해도 척척 뭐든지 잘 해내신다. 나머지 한 분은 아직 젊고 사회적 경험이 별로 없으신 분이다. 그래도 나름 성실하게 일을 잘 처리하시고 계셨다.


지난주부터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현관에서 이른 아침인 8시 20분부터 발열체크기를 관리하다 보니 너무 추우셨나 보다. 나에게 직접 말하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실무사선 생님에게 개인 난방기구를 켜놔도 되겠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실무사 선생님이 아침에 나에게 전해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발열체크기 옆에 난방기구를 켜 두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되었다. 난방기구의 열이 발열체크기에 영향을 주면 정확한 체온 측정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방기구는 안 되니 무릎담요 같은 것을 덮고 계시라고 전해주라고 했다. 실무사 선생님은 그날 자신이 쓰던 무릎담요를 그 방역요원에게 빌려주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이번에는 교무부장이 어제 실무사가 했던 말을 똑같이 전하는 것이었다. 그 날 아침 출근하는 교무부장에게 똑같은 말을 했나 보다.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안된다고 했는데 같은 말을 자꾸 하지? 안 되겠다 싶어 내가 직접 가서 말씀을 드렸다.

"학교란 추운 곳이에요. 저는 오월말까지 내복을 입고 다닌답니다. 올해는 시월부터 내복을 입고 다녔어요. 패딩을 입고 오세요. 학교에서 개인 난방기구를 켜는 것은 소방법에 위반되는 사항입니다."

하면서 내가 입고 있는 내복의 소매를 꺼내어 보여드렸다.

"아 학교가 산 밑에 있어서 추운가 보네요."


그 다음 날 발열체크를 도와주러 현관에 내려갔더니 그분이 패딩을 입고 오지 않으셨다.

"왜 패딩을 안 입고 오셨어요?"

그러자 동그란 눈을 토끼눈처럼 뜨고 금방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눈으로 나를 잠깐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네, 내복도 입고 여기 안에 플리스도 입고 왔어요."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열체크를 도와주고 돌아서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였다. 미국이 재채기만 하여도 한국 경제는 얼어붙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내가 미국이고 그 방역요원은 힘없는 비정규직에 불과하다. 교감인 나에게 어려워서 춥다는 말도 못 하는데 내가 너무 심하게 말한 건 아닌가 내가 한 말을 곰곰이 되짚어보았다. 스님은 미물들을 의도치 않게 죽이지 않기 위해 걸을 때 지팡이로 땅을 툭툭 치면서 걷는다고 한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이었지만 힘없는 임시고용직인 방역요원에게는 내 말이 칼보다도 날카롭게 가슴에 박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더욱 말조심하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내가 한 번 펄렁이면 나의 날갯짓에 힘없는 누군가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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