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집이다. 벌써 팔려고 내놓은 지가 오 년이 넘는다. 집을 내놓은 지 첫 해에는 사려는 사람들이 천만 원만 깎아달라고 하는데 남편이 매번 반대를 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을 되풀이하다 보니 이번에는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렇게 또 몇 해를 보냈다. 오 년이 지나다 보니 우리 아파트 근처에 새로운 역이 착공예정이라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전세를 놓기로 했다.
그 사이 환기를 잘 시키지 않아 곰팡이가 슬었다. 화장실 안의 타일들도 곰팡이가 앉아있다. 아무리 청소해도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전세를 내놓아도 계약하자는 사람이 없다. 전세 매물이 귀한 이 시기에 열 팀도 넘게 집을 보고 갔지만 다 감감무소식이다. 부동산 중개인의 말에 의하면 다들 깨끗한 집만 찾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생각해도 우리 집이 더럽긴 해요!
그래도 집에는 다 주인이 있다고 처음 집을 보고 간 사람과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했다. 시세보다 전세금을 이천만 원이나 깎아주고 겨우 계약을 했다. 계약금이 통장으로 드디어 입금되었다.
부동산에 매매로 내놓다가 이제는 전세로 내놓기를 반복하면서 이 집에서 산 세월이 벌써 팔 년이다. 항상 이곳을 떠날 생각만 하면서 이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마지못해 산 세월이다. 이사 갈 궁리만 하는 주인을 만난 이 아파트의 운명도 참 기구하다. 주인에게 사랑받지 못한 집은 곳곳에 쌓인 먼지와 짐들이 방치되어 있다.
공간에 대한 예절이 부족했다. 이제 이사 갈 아파트는 이 집의 반도 안 되는 작은 아파트이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큰 가구들도 다 버려야 한다. 막상 이사 갈 생각을 하니 집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너무 함부로 대한 것 같기도 하고 떠날 생각만 하고 살았다. 그래도 여기서 살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우리 식구와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했는데도 말이다. 이사 가기 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이 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보고자 한다. 애물단지였지만 미운 정이 들어버린 집! 우리 식구들의 편안한 안식처였던 곳! 그동안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