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삼일 동안 아파트 사전점검 기간이다. 근 삼 년을 기다려온 세월이다. 아파트 뷰는 어떤지, 아파트 실제 크기는 어떨지, 옵션으로 선택한 것들은 잘 설치가 되었는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전점검에 신경을 쓰다 보니 다른 것을 할 여유가 없었다. 매일 하던 운동도, 반려견 산책도, 매일 글쓰기도 하지 못했다. 사람의 에너지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게 기다리던 사전점검 당일! 막상 같이 갈 사람이 없었다. 남편과 같이 간다고 생각했는데 차를 고치러 가야 한단다. 항상 나와 동행하던 막둥이는 요즘 나보다 더 바쁘다.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 한단다. 어쩔 수 없이 둘째와 같이 가기로 했다. 둘째는 가기 싫은 것을 어쩔 수 없이 가는 거라 입이 당나발처럼 나왔다. 그런데 아침에 큰 딸이 자기가 함께 가겠다고 한다. 원래 가기로 했던 시험을 미루기로 했단다. 큰 딸과 함께 장장 삼 년을 손꼽아 기다렸던 새 아파트 사전점검을 위해 출발했다.
코로나 시국이라 그런지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보안요원의 입주자 확인 절차가 있었다. 일차 관문을 통과하니 다음에는 방역복으로 완전 무장한 스텝이 체온을 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주차를 하고 내리자 이번에는 QR코드로 신상을 등록하였다. 접수계로 가서 신분증과 초대장을 제출한 다음에야 새 아파트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때도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매니저와 동행해야 했다. 비밀번호를 손으로 철저하게 가린 후 매니저가 문을 열어주었다.
"입주를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매니저의 축하를 받으면서 새 아파트에 들어섰다.
아파트는 작지만 깔끔하게 잘 지어져 있었다.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아파트 뷰였다. 저층이어서 앞 건물이 떡 하니 버티고 가리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가 되었다. 고층 뷰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나름 괜찮았다. 햇볕도 환하게 잘 들어왔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딸은 한 바퀴 휙 둘러보더니 새초롬한 얼굴로 말이 없다.
"엄마, 이 작은 집에서 어떻게 살아?"
넓은 평수에서 살다가 내가 밀어붙여 이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결정하였다. 처음에는 나 나름대로의 작은집으로 이사 갈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자꾸 마음이 흔들린다. 과연 내 결정이 옳았나? 나 때문에 식구들이 좁은 집에서 고생을 하는 건 아닐까?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나는 외동딸로 자라서 형제가 많은 것에 대한 불편함을 잘 모른다. 아이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너무 밀어붙였나?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오늘 남편도 새 아파트를 쭉 둘러보고 오더니 걱정이 늘어졌다. 작은 아파트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그래도 호텔 같은 새 아파트로 이사 갈 생각을 하니 설레고 기대가 된다. 큰 집에 살면서 공간을 방치하고 짐만 쌓아두고 살았다. 작은 아파트는 알뜰살뜰 한 평의 공간이라도 야무지게 쓰게 된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면서 붙박이장을 설치해 필요한 가구를 설치해주면 가족들도 곧 적응을 할 거라 믿는다. 위기는 항상 기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