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아빠를 닮아간다!

by 세둥맘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니 할 것이 너무 많다. 줄눈에 탄성코트에 입주청소에 커튼, 음식물처리기, 나노코팅에 , 입주 박람회를 이틀을 가도 아직 계약 안 한 것이 있을 정도다. 한 업체를 계약할 때마다 계약서와 명함을 주었다. 자칫 잘못하면 분실할 위험이 있을 것 같아 비닐 폴더에다가 하나씩 정리해두었다. 입주 박람회에서 계약서를 다시 보여달라는 업체가 있어 폴더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아유, 정말 꼼꼼하시네요. 이렇게 해서 다녀야지!"

업체 사람이 나의 꼼꼼함에 감탄을 한다.


사실 나는 꼼꼼한 편이 아니었다. 덜렁대고 매번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어디를 가면 물건을 놓고 오는 편이었다. 이런 나를 아빠는 털팔이라고 불렀다. 자랄 때 아빠에게 덜렁거리고 물건 정리를 안 한다고 매번 혼이 났다.


이제 내가 어릴 때의 아빠 나이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아지고 보니 어느새 아빠를 그대로 닮아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아빠의 모습은 매일 오는 신문을 차곡차곡 신문 정리대에 꽂아서 정리하는 뒷모습이다. 신문 정리대는 원형으로 된 플라스틱 쫄대 같은 것에 구멍을 내고 침을 박아 아빠가 직접 만드신 것이었다. 그렇게 반듯하게 정리를 한 신문을 탐독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제는 내가 아빠처럼 세세한 것도 다 정리를 하고 나름대로의 기준에 맞춰 분류를 하고 있다. 냉장고 문을 열면 키를 맞춰 일렬로 줄을 서있는 용기가 보인다. 거기다 종류와 날짜를 적은 라벨을 붙여서 음식을 보관하고 있다. 싱크대도 매일 저녁 뽀득뽀득 광나게 닦아야 직성이 풀린다. 만약 딸들이 조금이라도 흩트려놓거나 음식물 쓰레기로 더럽혀 놓으면 바로 불호령이 떨어진다.


어느새 내가 아빠가 하던 행동을 그대로 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란다고 한다. 나는 어떤 뒷모습으로 딸들에게 기억이 될까? 마침 막내가 학교 숙제라면서 엄마인 나의 좋은 점과 고마운 점,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카톡으로 보내왔다.

막내가 보내온 문자


나의 좋은 점은 항상 독서를 하고, 매일 기도하고, 맛있는 밥을 해주는 것이란다. 고마운 점은 나를 지지해주고 키워주는 것!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랑하는데 말 못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돈 벌면 같이 여행을 갈 것이란다. 그리고 지금은 돈을 못 버니 안마를 해주겠다고 한다.


막내가 강화해주는 독서와 기도, 맛있는 밥을 더욱 열심히 할 나 자신에 웃음이 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막내에게 인정을 받았으니 더욱 신나서 독서와 기도와 밥을 하겠지? 귀여운 막내의 문자에 엄마로서 인정받는 것 같아 힘이 났다. 그리고 이런 과제를 내준 선생님께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딸들은 과연 나의 어떤 모습을 닮아갈까? 딸을 셋이나 키우는 엄마로서 함부로 살지 못하는 무서운 책임감이 느껴지는 날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