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사 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엄마, 이사 간 다음에 학원 계속 다닐지 말지 알려달래!"
이사간 후에 다니던 학원을 그냥 다닐지 아니면 이사간 동네의 학원을 다닐지 학원에서 알려달라고 했단다. 이제 차츰차츰 변화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엄마, 어떻게 해?"
막내가 재촉을 한다. 사실 나도 이사갈 동네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다.
"엄마, 그 동네에는 학원이 거의 없는데! 피아노학원이랑 태권도학원밖에 없어!"
막내는 핸드폰으로 바로 검색을 해서 알려준다. 나도 덩달아 핸드폰을 들고 검색을 시작했다. 도보로 다닐 수 있는 학원은 거의 없었다. 모두 버스를 타고 십분정도 나가야 하는 곳에 대형 학원이 있었다. 막내는 이제 중학생이라 영어, 수학 같은 전문학원이 필요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도보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곳이다. 병원이며 학원이며, 은행, 마트, 맛집까지, 그리고 왠만한 프렌차이즈 식당은 중심상가에 다 들어서있다. 막내가 다니는 영어, 수학 학원도 도보로 오분이면 다녀 올 수 있는 곳에 있다. 중학교도 길 하나만 건너면 되는 곳에 있다.
막상 이사를 가려니 내가 살던 곳이 이렇게 편리하고 살기좋은 곳이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몇 달 전만해도 지겨운 동네였는데 막상 떠나려니 아쉽기만 하다. 이사갈 동네는 신도시라 아직 정비가 덜 되어서 아파트만 덩그러니 서 있다.
항상 이런 식이다. 살고 있을 때는 좋은 줄을 모르다가 막상 이사갈려니 이 동네가 정말 살기 좋은 곳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같이 지낼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그 사람이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느끼게 된다. 건강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건강을 잃게 되면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된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식구들을 포함해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나에게 소중한지 모르면서 지낸다. 나를 지탱해주는 내 몸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면서 지낸다.
막상 이사가려니 너무 살기 좋았던 지금 이 동네처럼 내 옆을 지키는 나의 식구들과 친구, 지인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서야 깨닫는다. 내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온통 감사할 일들뿐이다.
식구들에게도 더 늦기 전에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 사랑한다는 말도 쑥스럽지만 도전해보아야겠다. 이사갈 때가 되어서야 이 동네가 살기 좋은 곳임을 깨닫는 바보스러운 행동은 이제는 더이상 멈춰야겠지! 감사하고 고마운 일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