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표 김장

by 세둥맘

이 맘 때면 매번 시어머니는 김장 김치를 보내주신다. 이십 년이 넘게 한 해도 빠지지 않으셨다. 힘들게 농사지으신 것을 재료로 김치를 담아주신다. 다른 집들을 보면 주말을 이용해 시댁에 내려가서 김장을 도와드리고 그 해 먹을 만큼 얻어오는 집도 있는 것 같은데 한 번을 내려가지 않았다. 참 무심한 며느리다. 그 힘든 김장을 시어머니 혼자 하시지는 못 하니까 어떤 때는 외숙모님도 오시고 친구분도 오시고 도우미 아주머니를 부르시기도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매번 가만히 앉아서 김장을 받아먹는 내 마음도 편치는 않다. 해마다 찬바람이 불고 김장철이 되면 내 딴에는 슬금슬금 걱정이 된다. 시댁이 멀다는 핑계로 내려가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시어머니가 팔순이 되는 해이다. 팔순 시어머니가 해주시는 김치를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으려니 양심이 찔린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런 생각도 든다. 한 번쯤은 힘들더라도 내가 김장을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 요즘은 편리한 세상이라 배추도 절인 것을 주문만 하면 집 앞까지 배달해준다. 돈만 내면 유기농 재료로 만든 김치 속재료를 또한 문 앞까지 배달해준다. 이렇게 배추 절인 것과 김치 속재료를 한데 섞어 버무리기만 하면 끝이다. 이때 더 감칠맛 나는 김치를 담고 싶다면 마트에서 김장용 생새우를 사서 같이 섞어 넣으면 된다. 어느 요리 프로에서는 물컹한 홍씨를 통째로 김치 속에다 몇 개씩 투척하는 것도 봤다. 달달한 맛을 좋아하는 나는 이렇게 생새우랑 홍씨를 맘껏 넣고 김치를 내 요량대로 한 번 담아보고 싶다.


"목요일 김장한대!"

남편이 보내온 문자를 보고 시댁에 전화를 드렸더니 받지 않으셨다. 시댁 근처에 사는 형님에게 전화를 했다.

"김장 안 담아줘도 너네들 다 잘 사 먹는다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

내 마음을 어떻게 아셨는지 형님이 선수를 치셨다.

"그러게요. 팔십이 넘어서 시어머니가 해주시는 김치를 받아먹으려니 편치가 않네요!"


형님 말에 의하면 올해 김치는 시어머니가 간을 안 보고 그냥 소금을 때려 넣어서(형님의 표현을 그대로 빌림) 너무 짜서 실패작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짠 것을 극도로 싫어하시는 시아버지가 결국은 한바탕 난리를 치셨고 그것을 지켜보는 형님은 속상해서 전화 통화 내내 씩씩 거리셨다.


"그래도 농사지어서 너네들 김장해주는 재미로 사는데, 못하게 한다고 안 하지도 않는다. 백 살까지 해야지!"

벌써 결론은 나버렸다. 손수 밭에 가셔서 배추와 무, 고추, 마늘, 파 농사를 지으시고 그걸로 김장해서 자식 나눠주는 재미로 사시는 시어머니다. 그것이 사는 낙이신 분이시다. 그런 분께 이제 연세가 있으시니 고만하세요. 하는 것도 일종의 불효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이 시댁에 가서 김치를 두 통이나 가져왔다. 맛을 보니 역시 조금 짜긴 했지만 시어머니의 정성이 그득히 들어가 있어 맛있었다. 우리 세 딸들은 이런 시어머니의 사랑을 먹고 이렇게 훌쩍 자라 있다. 시어머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