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무부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교감선생님!"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에 틀림없다. 왠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들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요즘엔 이상하게 큰 일에도 별로 놀라지도 않는 나를 발견한다. 그만큼 내공이 쌓여간다는 뜻일까?
내용인즉슨 4학년 학생 중 한 명이 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단다. 그래서 내년도에 편성될 학급이 한 학급 줄게 되었다. 4학년은 현재 2 학급이었는데 학생들이 계속 전학을 와서 3 학급 편성 기준 학생 수인 59명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3 학급이 될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학급 담임과 업무분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선생님들께 이미 업무분장과 담임 희망서도 받은 상태였다.
학생 한 명이 줄면서 생기는 타격은 의외로 컸다. 우선 학급 수가 한 학급 줄어든다. 그러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교사 수도 한 명 줄어들게 된다. 학교의 업무는 정해져 있는데 교사 수가 줄어드니 선생님들께 돌아가는 일의 가짓 수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부장 수도 6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이미 업무분장 희망서를 받아 6 부장과 학급 담임, 업무까지 다 정해놓은 상태였다. 한 학급이 주는 5학년을 희망한 선생님 중 한 명은 희망하지 않은 다른 학년으로 가야 했다. 비어있는 학년은 6학년이었다. 과연 세 명 중에서 누가 6학년으로 갈지 정하는데만 하루 종일이 걸렸다. 이미 정해진 것을 새로 뜯어고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음은 부장을 6명에서 4명으로 줄일 차례다. 몇몇 승진에 뜻이 있는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부장을 하라고 해도 손사래를 치며 대부분 거절을 한다. 이번에도 별로 내키지 않는 부장 자리를 잘 구슬려서 신청을 하도록 해 겨우겨우 6 부장 체제를 만들어놓았다. 그런데 그걸 다시 내려놓으라고 해야 한다. 처음에는 하기 싫었어도 막상 내려놓으라면 기분 나쁜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결국엔 부장 자리를 내려놓아야 하는 두 명의 선생님들이 상처를 받았다.
승진을 위해 점수가 필요한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이 부장 자리를 가져갔고, 승진을 포기한 선생님이 부장 자리도 포기해야 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부장 자리를 가져간 사람은 포기한 선생님께 과연 고마운 마음을 가질까? 자신이 부장 자리를 가져가면서 다른 사람이 상처 받고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교감인 내가 그것을 짚어주고 말을 했어야 했나? 아니면 내일이라도 이 사실을 짚어주어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고 이런 사소한 일들이 선생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관리자에 대한 불만을 쌓게 하는 요소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런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때 교통정리를 잘해주고 사람들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훌륭한 리더의 자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을 빨리 해결하려다 보니 여러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훌륭한 리더가 되는 길! 정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