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을 구하는 일

by 세둥맘

우리 학교에는 난임으로 고생하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신다. 덜커덕덜커덕 너무 임신이 잘 돼서 탈이었던 나와는 정반대의 케이스다. 난임으로 벌써 질병휴직까지 하고 복직을 해서도 계속 시험관 아기를 위해 병원을 다니고 있었나 보다. 예쁘장한 얼굴에 애리 애리 한 몸매를 가진 성실하고 똑똑한 선생님이었다.


어제 퇴근 무렵 전화가 왔다. 사연인즉슨 시험관 아기를 시술해 임신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우선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 어렵게 가진 아기라 절대 안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먼저 병가를 낸 후 임신확인서가 나오면 산전휴직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셔야죠. 어떻게 가진 아기인데. 조심해야죠. 전화를 끊고 머리가 복잡해져 왔다. 이제 개학이 열흘 정도밖에 안 남았다. 휴직한 선생님의 서류를 교육청에 보고하고 대체교사인 기간제 교사까지 다 정하고 이제야 새 학기를 가뿐하게 맞을 수 있겠다고 안도를 하고 있던 차였다. 바로 2학년 담임교사 자리가 공석이 되게 생겼다. 벌써 기간제 교사의 모집 기간이 끝나 이미 괜찮은 기간제 교사는 다른 학교에 거의 채용이 된 상태이다. 어떻게 하지?


새벽에 잠이 깨어서는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선생님은 지금 상태로는 담임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교과전담 선생님을 담임으로 교체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기간제 교사의 채용이 끝난 상태이므로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도 지원할 수 있는 과학 교과로 교과전담 시간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9시가 되자마자 교장선생님께 이 사실을 보고했다. 교장선생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바로 교과전담을 희망한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2학년 담임을 맡아주시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는 또 바로 연구부장에게 교과전담 선생님의 시간표를 조정해보라고 전화를 했다. 마치 007 작전 같았다. 그리고 이번에 교과전담을 신청한 교무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 이야기를 하고 전담 교과를 바꿔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모두들 하나같이 난색을 표시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모두 당황하는 눈치였다. 교무부장은 선생님들께 먼저 교육과정 작성을 중지하라는 메시지부터 보내겠다고 했다.


그래도 속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힘들지만 소중한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생각! 이미 정해진 것을 바꾸느라 모두들 조금씩 힘들기는 하지만 이러한 수고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 말이다. 잠시 후 난색을 표하던 교과전담을 희망하셨던 선생님이 담임을 맡겠다는 전화가 왔다. 연구부장에게도 시간표를 바꾸었다는 전화가 왔다. 그리고 이 사건의 주인공인 선생님에게서도 좋은 기간제 선생님을 소개해 줄 수 있다는 전화가 왔다. 자기 때문에 학교가 난리법석이 난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도 선생님은 스트레스받지 말고 몸을 조심하라고 말해주었다. 덕분에 삼백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 과목을 가르치게 된 교무부장에게도 우리가 하는 일이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 아니냐고 웃으며 말했더니 하하하! 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수업시수가 많아져서 어떡하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마무리되었다. 부디 건강하게 아기를 순산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한명 한명이 소중한 아이들이다. 부디 어여뿐 엄마의 뱃 속에서 잘 자라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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