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자격 연수 중이다. 연수는 9월 중순부터 시작되어서 긴 추석연휴 동안 잠깐 쉰 다음 10월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장기화되어 가는(벌써 2년 ㅠ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장장 두달 가까이 지속되는 모든 연수가 원격연수로 전환되었다. 연수의 꽃이라는 교장 자격연수를 원격연수로 받을 생각에 연수생들은 실망이 컸다. 나는 마음의 상처를 안 받고 낙담을 줄이기 위해 아예 연수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이 나의 쏘울을 지키는 노하우이기도 하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언제 연수가 시작되는지 연수의 내용은 무엇인지 별 관심도 없었고 공문이 내려오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훑어만 보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줌으로 진행되는 연수에서도 많은 새로운 것들을 느끼고 만날 수 있었다. 조금은 나태해지고 현실타협적이 되었던 나의 교감시절에 대한 반성도 따라왔다. 도대체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할지 이정표를 잃었던 나에게 많은 영감과 빛을 주는 시간들이 적지 않았다. 각계 각층의 요즘 핫한 강사들은 요즘 시대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는 사건과 사실들을 주어진 강의 시간 동안 마구마구 뿜어낸다. 어제는 3D 프린터가 집을 하루만에 짓는 영상을 보고는 미미한 충격을 받았다. 구글을 이용해 자신의 강의 동영상을 토대로 단 몇일만에 책을 만들어 출판하는 강사도 있었다. 어떤 교장선생님은 민원 많은 학교를 어떻게 단 몇년 만에 평정하였는지를 설파하였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었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줄타기를 하듯 요리조리 자신의 빛깔과 목소리를 세상에 전파하고 있었다.
그럼 나는 과연?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지? 자괴감이 들었다. 지난 5년동안 교감을 하면서 나는 과연 어떤 일을 했지? 핫한 강사들에 비하면 나의 삶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오늘 줌 강의에서 만난 '제4의 길'을 쓴 하그리브스 교수가 이런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강한 리더는 실수 하고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수용하고 사과할 수 있는 리더십을 키워야합니다. 그리고 당신 자신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으세요. 당신이 아프고 스트레스 받았을 때 찾아갈 수 있는 멘토, 코치를 찾으세요. 그리고 비공식적인 모임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서로를 지지해야 합니다. 도움 받는 것에 편안해져야 합니다.
먼 이국 땅에서 그것도 줌 화면을 통해서 들려주는 백안의 노학자의 말에 눈물이 날 뻔했다. 외롭고 힘든 내 마음을 훔쳐보기라도 한 것처럼 나에게 마음 처방전을 제시해주었다.
나의 멘토는 누구일까? 내가 힘들고 지쳤을 때 누구에게 위로를 받아야할까? 지난번 진로교육에서 코칭을 강조하였던 강사에게 연락해서 코칭을 받아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 5년동안 나는 아픈 몸을 추스리는 데에만 집중하였다. 그렇게 열심히 하던 연구도 접었다. 연구와 공부를 접으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였다. 운동을 시작하고 글쓰기를 시작하고 민화를 배우고 합창을 하고 성가대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도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야할 것 같다. 어제 나온 강사는 우리가 90살까지 살 것이니 앞으로 남은 30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살아간다고 했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할까?
내가 기댈 수 있는 멘토 찾기, 내가 하고 싶은 일 찾기! 이번 연수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강한 리더는 카리스마 뿜뿜의 독재자가 아니라 실수도 하고 그리고는 금방 사과하고 외로움도 느끼는 너무나 인간적이면서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마침 동기 교장선생님에게 반가운 전화가 와서 오래동안 통화를 했다. 좋은 리더는 바로 좋은 사람이 되는 여정이었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