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by 세둥맘

이상하게 눈 오는 새벽에는 잠이 일찍 깬다. 오늘 아침에도 새벽 네 시경에 잠이 깼다. 더 자려고 노력을 해봐도 정신이 점점 말똥말똥해졌다. 다섯 시 반이 되자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순둥이와 함께 아침 산책길을 나섰다. 집에서는 몰랐는데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니 싸락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왠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며칠 전 올해 첫눈이 올 때도 설레었다. 오늘은 비록 첫눈은 아니지만 모두들 자고 있는 새벽녘에 하얗게 쌓인 눈길 위를 내가 첫 발자국을 내며 걷는 다는 생각에 어린아이처럼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순둥이와 산책을 가면서 나를 따라오는 하얀 발자국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었다.


근린공원에 있는 나지막한 산을 올라가 보니 온통 하얗게 눈을 쓰고 있는 모습이 한 편의 동화 속에 나오는 장면 같았다. 내려가서 내가 저기에 첫 발자국을 남기리라 다짐하면서 산책을 서둘러 끝냈다. 순둥이와 함께 이제는 제법 두툼하게 쌓인 눈길을 뽀드득뽀드득 걸어갔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길! 아무도 없는 새벽에 순둥이와 함께 걷는 하얀 눈길! 겨울 새벽 산책이 주는 묘미이다.


지난주에 온 첫눈으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차 안에서 이십 분 넘게 갇혀 있었던 악몽이 생각나 출근 채비를 서둘렀다. 다행히 오늘은 그때보다 적은 양의 눈이 와서 그런지 교통 체증은 없었다. 그러나 학교가 가까워질수록 차량통행이 뜸해서인지 차도에 눈이 그대로 쌓여있었다. 대로변의 눈이 다 녹은 것과 대조를 이루었다. 혹시라도 눈길에 미끄러져 차가 공회전을 할까 봐 조심조심 거북이걸음으로 운전을 해서 겨우겨우 학교에 도착하였다.


운동장에 하얗게 쌓여있는 눈을 뽀드득뽀드득 밟으며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누군가가 계단과 현관 입구의 눈을 깨끗이 쓸어 놓은 것이었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을 배려심 깊은 당직 기사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팔순이 넘은 친정아버지와 동년배인 당직 기사님은 성품이 따뜻하셨다. 항상 교무실 문을 열어놓으셨고 바쁘게 출근하는 우리들을 위해 겨울에는 온풍기를 여름에는 에어컨을 꼭 틀어놓으셨다.

20201222_082008.jpg 깨끗하게 쓸어진 현관

눈 오는 아침! 첫 발자국으로 아이처럼 설레었고, 눈길을 운전하면서 무서웠지만 그 눈길을 깨끗이 쓸어주신 당직 기사님 때문에 마음이 난로처럼 따뜻해졌다. 하얀 눈으로 설렘, 무서움, 따뜻함까지 변화무쌍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