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잘 생긴 남자 교감선생님이 말했다.
"저를 병균 취급해요. 저만 가면 다 피해요. 제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해요!"
여교사가 거의 대부분인 학교에서 이렇게 젊고 키도 크고 핸썸하고 거기다 인성까지 훌륭한 교감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어제 오랜만에 만난 교감선생님들과의 대화에서 또 비슷한 말을 들었다.
"호수 산책 길에서 우리 학교 선생님을 만났는데 아는 척을 했지 뭐야! 산책에서 교감 만나면 뭐가 좋다고 내가 아는 척을 했는지!"
교감은 길 가다 같은 학교 선생님을 만나도 선뜻 아는 척을 못하는구나! 반갑게 아는 척을 하고는 바로 후회를 하는구나!
선생님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회식을 해도 밥만 먹고 도망치듯이 바로 집으로 가야 한다. 교감이 끼면 싫어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회의 말고는 사적인 자리는 바쁘다면서 항상 자리를 피해 줘야 한다. 이것이 교감과 교장들의 요즘 불문율이다. 교장, 교감은 가까이하기에는 두려운 병균 같은 존재인 것이다.
어제는 점심을 먹고 양치질을 하러 화장실을 가는 중이었다. 복도에서 자기와 동학년 선생님과 마주쳤는지
"부장님! 차 한잔 같이 해요." 큰소리로 외친다. 나도 분명히 같은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말이다. 나는 아마 투명인간인가 보다. 양치질을 끝내고 앉아있으려니 점심식사 후에 하하호호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교무실까지 들려온다. 머릿속에 별의별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간다.
결재를 하려 보니 직원회의 시간에 그렇게 복무에 관해서 강조를 하고 복무에 관한 결재는 메신저로 먼저 보내고 결재를 올리라고 강조했는데 그냥 아무 기별 없이 나이스에 결재가 올라온 게 보였다. 심기가 더 불편해진다. 왠지 조롱당하는 기분이다. 그래도 할 수 없이 결재를 했다.
갈수록 어렵다. 이럴 때는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항상 관리 감독하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특권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불편해지고 외로워지는 것이라는 것!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랄까! 그렇다고 내가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그런 사람과 거리가 멀다고 나는 굳게 믿고 있는데? 나만의 착각인가? 항상 반성하면서 나 자신을 추슬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혼자만의 성에 갇힌 아집 덩어리가 되기가 십상이다. 정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