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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Jun 15. 2021

복리의 마법 구독자 수

브런치에 글을 안 쓴 지가 두 달은 넘은 듯하다. 이사 오기 전에는 거의 매일 글을 썼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노트북을 펴 들고는 오늘은 뭘 쓸까? 궁리하다가 후루룩 글 한편을 국수 말듯이 완성하는 것이 나의 주된 일과였다. 내가 노트북으로 또닥또닥 글을 쓰고 있노라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막내도 공부를 하러 책상에 앉고, 다른 아이들도 제각기 할 일을 찾아가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훔쳐보았다. 


그런데 새 아파트로 이사를 오고부터는 영 글이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우선 하루가 너무 빡빡하다. 아파트 뒤로 난 산책길이 너무 좋다 보니 퇴근하고 간단하게 배를 좀 채우고 산책을 갔다 오면 하루가 다 가버린다. 예전에는 30분이면 되었던 산책코스가 요즘에는 족히 한 시간은 넘어 걸린다. 하루가 다르게 푸르름이 짙어가는 나무들 구경에, 오늘은 운이 좋아 꿩을 보지는 않을까 새소리에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갓 조성한 공원에 순둥이를 풀어놓고 달음박질을 하고, 커다란 바위에 앉아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면서 온갖 것들을 다 놓치지 않고 눈에 담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그러다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버린다. 이렇게 꽉 찬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글을 쓸 여유가 없어졌다. 그 대신 티브이에 나오는 드라마는 줄줄 꿰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자꾸 일어났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도 않는데 자꾸만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토요일, 일요일과 같은 주말에는 꼭 1명씩 구독자가 늘어난다. 그렇게 글을 쓰지 않는 두 달 동안에도 구독자수가 야금야금 늘어나더니 결국에는 400명을 넘어섰다. 


"엄마가 글을 쓰지도 않는데 구독자가 자꾸 늘어!"

딸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

딸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상하지 않아?"

"그럼 글을 쓰던가!"

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글을 쓰지도 않는데 자꾸만 구독자가 새로 생겼다는 알람을 받을 때마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그리고 왠지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은 당위성을 느끼게 되었다. 


한 때는 구독자가 300명, 400명 대인 작가가 부럽기도 했었다. 매일 구독자 수를 확인하고 언제쯤 100명대를 넘어설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그런데 구독자수가 300명을 넘어서자 예금의 복리이자처럼 글을 쓰지도 않는데 구독자수가 자꾸만 늘어난다. 불로소득이다.


어제도 새로운 구독자가 생겼다길래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봤다. 여기저기 글을 클릭해봤더니 역시 알콩달콩 영혼을 달달하게 해주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양념을 쳐주고 나의 메말라가는 영혼을 촉촉이 적셔주는 그런 글들! 나의 400명이 넘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나도 브런치에 달달 매콤 새콤한 양념을 좀 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 소재는 많이 쟁여두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나의 노트북을 깨워서 질펀하게 글을 좀 써봐야겠다. 영혼의 양념을 팍팍 쳐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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