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즐겨듣는 라디오프로그램에서 한 경찰관이 사연을 올렸다. '요즘 대학 수시 입학 결과 발표가 있는 때죠? 이것을 빌미로 사기 문자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와있는 링크를 절대로 클릭하시면 안 됩니다. 합격 결과 발표 확인은 해당 대학 학교 홈페이지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식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으면 하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악용하는 사기라니! 점점 지능화되어 가는 기법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만큼 부모는 자식이 잘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되고 이성과 판단력도 잃어버리는 수가 허다하다.
막내의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자기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새벽까지 열심히 공부한다. 아직 열여섯살밖에 되지 않아 간혹 가다 핸드폰과 유튜브의 유혹에도 잘 넘어가기도 한다. 집에서는 공부가 잘 안된다고 요즘에는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온다. 막상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아침을 챙겨먹게 준비해주는 정도? 이것도 바쁘다 혹은 늦잠을 잤다는 핑계로 안 먹고 서둘러 학교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매일 빠짐 없이 묵주 기도를 한다.
큰 애는 재수도 모자라 삼수를 했다. 그 때 인근 성당에서 수험생을 위한 피정을 한다는 공지가 떴다. 신청을 해서 참가를 했다. 제법 많은 수의 수험생 엄마들이 하루 종일 눈물로 수험생인 자식을 위해 간절한 기도를 했다. 나도 눈물과 콧물을 범벅으로 흘리면서 기도를 했다. 거기서 고3 수험생을 위한 백일기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왜 나는 기도를 하지 않았지? 사실 수험생이나 취준생을 둔 엄마인 내가 해 줄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아침을 차려주는 정도? 만약 아이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면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둘째가 임용고시로 힘들어할 때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고작 할 수 있는 것은 매일 기도를 하는 것뿐이었다. 매일 묵주기도 5단을 바치는 것 외에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 그렇지만 매일 무언가를 하는 것은 참 힘든 일 중의 하나다. 2박 3일 출장을 갈 때도 여행 가방에 기도서와 묵주를 챙겨 갔다. 그리고는 동료의 눈치를 봐가며 묵주기도를 드렸다. '엄마인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 무종교론자인 동료들이 나를 쳐다보는 눈을 피해가면서 꿋꿋하게 기도를 드리며 이렇게 둘러댔다.
언젠가 TV에서 들은 내용인 것 같다. 아이유의 엄마는 아이유가 잘 되기를 기원하며 매일 백팔배를 드린다고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서른이 넘은 아이유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두 자녀를 모두 SKY 대학에 보낸 민화 선생님은 아들이 고3이었을 때 김홍도의 작품 중에서 소나무의 가지를 치셨다고 하셨다. 엄마의 기원을 담아 소나무 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정성스럽게 그렸단다. 그 작품에는 백개가 넘는 소나무가 그려져 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정성스럽게 그리는 소나무가 엄마의 기원을 온 우주로 전달해줄 것을 믿으면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는 말이 있다. 엄마가 할 일은 온우주를 내 빽으로 두는 일이다. 온우주가 나를 돕게 하는 일! 그것은 바로 기도이다. 옛날에는 맑은 정한수를 떠놓고 천지신명에게 기도를 했다. 부처님이 됐든 하느님이 됐든 상관없이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다. 나의 간절함이 멀리멀리 뻗어나가 온 우주에 퍼지도록! 그것만이 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