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때문에 계속 도시락을 싸간다. 개학을 안 하니 학교 급식을 안 하고 점심은 해결해야 하고. 처음에는 본도시락을 단체로 주문해서 먹었다. 매일 바뀌는 메뉴에 정갈한 반찬과 밥에 도시락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나 단점은 모두 1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오는 것과 남은 음식물 처리가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학교에 버릴 데도 마땅치 않아 통째로 집에 가져가서 버리곤 했다. 그리곤 양도 평소에 내가 먹는 양의 2배는 족히 될 양이었지만 음식물쓰레기 걱정에 꾸역꾸역 다 먹곤 했다. 그런데 투표 결과 도시락을 직접 싸오는 걸로 결정이 났단다. 살이 찐단다. 나도 거기에는 공감한다. 에고... 나름 맛있었는데... 아쉬운 마음 가득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다수결에 따라야 했다.
사실 방학 중에 근무를 위해서 도시락을 싸는 것은 여간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마땅히 싸갈 반찬도 없고 들고 다니기도 귀찮고... 설거지거리는 왜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그렇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요즘은 도시락 싸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처음에는 집에서 굴러다니는 쇼핑백에 너무 오래 써서 색깔이 바래고 뚜껑의 이빨이 잘 안 맞는 반찬 그릇에다 밥이랑 반찬 몇 가지를 넣어서 도시락을 싸다녔다. 그런데 쇼핑백도 한 2주일을 들고 다니다 보니 구멍이 뚫려 새어나가기 일보 직전이고... 도시락을 싸려고 반찬통을 찾아보면 어라... 이미 다른 반찬이 담겨 냉장고에 잠자고 있다... 그래서 과감히 도시락통과 도시락 가방을 샀다. 도시락통은 사러 가기 귀찮아 인터넷에서 주문을 했는데... 애개... 생각보다 너무 작은 것이 와버렸다. 그래도 실속 있게 반찬도 꽤 많이 들어가고 무엇보다 앙증맞고 귀여운 것이 도시락 가방이든 냉장고 속이든 쏙쏙 잘 들어가서 편하다. 도시락 가방도 주문을 할까 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다이소에서 3000원에 귀여운 캐릭터 도시락 가방을 파는 것이 아닌가? 퇴근하자마자 얼른 달려가서 구입했다.
귀여운 핑크 곰돌이 도시락 가방과 앙증맞은 도시락통을 장만하니 도시락 싸는 게 재미가 있었다. 우선 아침에는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밤에 자기 전에 미리 도시락을 쌌다. 밥은 전자레인지용 용기에 넣어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그리고 반찬을 귀여운 도시락통에다 이것저것 조금씩 담는다. 마땅히 싸갈 반찬이 없으면 반찬을 바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는 이렇게 정성껏 반찬을 담아서 냉장고에 함께 모셔둔다. 그리고 도시락 가방에 견과류랑 후식으로 먹을 과일 여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딸기우유까지 넣으면 결국엔 지퍼를 잠그지 못하고 넘쳐 나올 것 같은 도시락 가방을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조심 들고 가야 한다.
그리곤 즐거운 점심시간!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각자 자리에서 조용하게 밥을 먹는다. 그러다 보니 음식의 맛에 집중할 수 있고 다른 사람 신경 쓰지 않아 좋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눈치 안 보고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 나름 장점이 있다. 집에서 정성껏 싸온 밥과 반찬 그리고 간식거리를 쫙 펼쳐놓고... 어느 것부터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먹는 도시락! 요즘 나의 소확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