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실무 사선 생님이 공문을 들고 왔다. 안 좋은 징조다. CCTV 관련 공문인데 행정실에서 실장님이 안 받겠다고 했단다. 공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반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붙임파일도 다 보내달라고 해서 낱낱이 탐독했다. 관련 지침, 법규 등등 토시 하나까지 안 놓치려고 열심히 읽었다.
먼저 전화를 했다. CCTV는 시설 관련이고 작년까지 행정실에서 모든 것을 처리했으니 올해도 행정실에서 공문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실장님은 CCTV는 개인정보보호 처리법에 따라 설치되는 것이므로 개인정보담당 교사가 업무를 맡아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는 전화로 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좀 그런 것 같아 알았다고, 공문을 더 살펴보겠다고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성격이 급한 행정실장은 계속 메신저로 관련 법규를 보내면서 개인정보 담당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벌써 퇴근 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에고.... 내일 처리하자! 싶어서 대충 정리하고 퇴근을 해버렸다.
그다음 날 아침 일찍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해서 컴퓨터를 켜보니 아니나 다를까 행정실장에게서 메시지가 3개는 더 와 있었다. 퇴근도 안 하고 관련 근거를 계속 찾아서 보낸 것이다. 그래! 내가 행정실로 내려가 봐야겠다. 그래서 조금 더 관련 법규를 공부했다. 그러나 법규 어디에도 개인정보담당이 이 업무를 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었다. 한 10시쯤 행정실로 미리 내려간다고 인터폰을 하고 내려갔다.
행정실장은 작년에 다른 학교에서 감사를 받았는데 그때 감사관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CCTV는 개인정보 담당이 하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설치 및 기계 관리만 행정실에서 한다는 것이다. 감사관이 그렇게 말했다는데 나는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그렇지만 개인정보 담당 교사는 지금 CCTV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 그걸 공부해서 계획서를 작성하고 보고를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더 반박하고 싶었지만 행정실장이 일을 일부러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누구보다 열심히 지원해주고자 발로 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알았다고 하고 그냥 교무실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실무사에게 이 공문을 우리가 접수하도록 했다고 하니 펄쩍 뛰는 것이다. 교장선생님께 말해보라는 것이다. 작년에도 이 건으로 비슷한 갈등이 있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행정실에서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교장선생님께로 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명쾌하게 설명해주시면서 이것은 행정실 업무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바로 행정실장을 불러 이 업무는 행정실에서 해야 한다고 말하니 실장은 별 군소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속으로는 내가 고자질해서 일을 행정실로 떠넘기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죄송하다고 실장님께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흔쾌히 행정실에서 하겠다고 웃으며 말하는 것이다.
교무실로 와서 개인정보 담당 교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야하기에 메신저로 이 업무를 행정실로 넘겼다고 써서 보냈다. 그랬더니 귀여운 답장을 보냈다.
"교감선생님! 제가 이거 말씀 안 드렸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크~~ 잘생긴 총각 선생님께 사랑고백을 받으니 이제껏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다 날아가는 느낌이다. ^^

사진출처 : 케이티 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