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그리기의 자세
요즘은 매주 목요일마다 복지센터로 민화를 배우러 다닌다. 퇴근길 먼 길을 달려 허겁지겁 무거운 큰 가방을 둘러매고, 강의실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면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고생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캠핑 갈 때나 쓰는 큰 가방 안에는 물감 두 통, 붓, 물통, 책상 깔개, 팔레트용 작은 접시 몇 개, 작품이 들어 있어 부피도 부피거니와 굉장히 무겁다. 민화 선생님은 이 가방을 들고 다니는 나를 보고 캠핑 가는 거 같다면서 놀리기도 하신다. 캠핑 갈 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가벼운 발길로 민화를 배우러 다니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 중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서 치열한 주차경쟁을 뚫어 겨우 주차를 하고 크나큰 가방을 둘러매고 터벅터벅 가는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김연아 선수가 한 말이 기억난다. 연습할 때 힘들지 않냐고... 힘들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다고 똑똑하고 슬기롭게 답하였다. 나도 애써 생각을 안 하려고 힘쓰며 이왕 시작했으니 그냥 하는 거라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불평과 불만의 마음을 애써 다독이며 강의실로 향한다.
강의실에 도착해서는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먼저 책상 깔개를 깔고 붓말이를 펼쳐서 오늘 쓸 붓을 꺼내고 물을 떠 오고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한다. 민화 선생님은 그림을 그리기 전 항상 붓을 고를 때 '예쁘다, 예쁘다!'를 해주라고 하신다. 무슨 뜻인고 하니 우선 붓을 물에 담가 물을 충분히 적신 후에 꺼내서 수건 같은 것에다 대고 여러 방향으로 요리조리 돌려가면서 물기를 흡수시키고 붓의 털모양을 고르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그때 속으로 '예쁘다, 예쁘다!!'를 되뇌면서 붓고르기에 애정과 정성을 듬뿍 쏟으라는 속 뜻이 숨어 있다. 그리고 선생님은 그림을 그를 때도 한 땀 한 땀 '예쁘다, 예쁘다!' 하면서 천천히 정성 들여 채색하라고 하신다. 아무렇게나 휘뚜루마뚜루 성의 없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붓 한끝마다 온 정성과 애정을 쏟아서 그리라는 말씀이시다. 그러면서 민화를 그리는 것은 한지에 물을 들이는 과정이라고 하셨다. 그렇기에 더욱 천천히 한 올 한 올 수를 놓듯 정성스럽게 면을 채워나가는 것이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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