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날

by 세둥맘

저번 주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자꾸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내가 크게 아팠을 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다시 그 증세가 나타난다. 몸이 자꾸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힘이 없다. 내 몸이 방전되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귀에서 쿵쿵 소리가 났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오늘 아침에도 귀에서 쿵쿵 소리가 났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게 바로 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그렇게 고생하는 이명이 나에게도 닥쳐오다니!


여름방학이 다가온다는 신호이다. 근 삼십 년 가까이 교직생활에 몸담다 보니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것을! 좀 쉬어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몸도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낸다. 제발 나를 쉬게 해 달라고!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여기저기 아픈 사람들이 넘쳐난다. 오늘만 해도 병 조퇴를 신청한 사람이 여럿 되었다. 다들 한 학기 동안 달려온 몸들이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교무부장이 오전에 갑자기 일정에도 없었던 직원협의회를 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 교장선생님의 지시사항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생각 같아서는 점심 식사 후 병 조퇴를 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을 못 하고 직원협의회에 아픈 몸을 이끌고 참석했다.


듬성듬성 자리가 많이 비었다. 오늘따라 유독 아픈 사람도 많고 육아시간으로 일찍 간 선생님들이 많았다. 교장선생님이 결국에는 화를 냈다.

"이럴 거면 회의하지 마세요! 회의가 있는데 빠진다는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교감선생님은 회의가 있는데 조퇴나 육아시간 결재를 해주셨어요?"

선생님들이 모두 모여 있는데서 면박을 당했다.


며칠 전 친한 교감선생님과 선생님들 앞에서 교감 면박을 주는 교장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줄이랴?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명도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회의가 끝나면 병 조퇴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차마 교장선생님께 말을 못 꺼냈다.


퇴근하면서 한약방에 들렀다. 센 약을 먹어야지 일주일을 버틸 것 같아서다. 경옥고나 공진단 같은 센 걸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갑자기 불고기전골이 먹고 싶다고 했더니 둘째가 얼른 가서 사 왔다. 딸이 사 온 불고기를 먹고 한약을 먹었더니 힘이 난다.


무엇부터 잘못되었는지 하나하나 되짚어본다. 요즘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간헐적 단식 때문에 하루에 거의 한 끼만 먹은 것이 잘못인가? 요즘 코로나 때문에 통 운동을 못 가고 걷기만 주야장천 하고 있는데 그래서 체력이 저하된 것이가? 예전에는 아침에 두유랑 선식, 사과를 꼭 챙겨 먹었는데 요즘에는 안 챙겨 먹어서 그런가? 우선 좀 쉬기로 한다. 오늘은 매일 가던 순둥이(우리 집 반려견)와의 산책도 생략한다. 당분간 좀 쉴 생각이다.


운이 나쁘다는 건 정신이 산만해진다는 뜻이다. 누구든지 정신줄을 놓으면 되는 일이 없다. 오행상으로 보면 기운의 배치가 달라졌을 뿐인데, 그것이 내 안에 있는 오행들과 이합집산을 하면서 집중력을 흩어 놓는 셈이다. 그러면 당연히 되던 일도 꼬이기 시작한다. 중략. 결국 길흉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안팎의 조응인 셈이다. 자업자득, 자작자수! -고미숙,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중에서-


몸도 아프고 되는 일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 자업자득, 자작자수라고 했다. 이 꼬임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전 05화항상 좋기만 한 직장 상사는 좋은 상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