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쓰고 말하는 나의 관용어로 나를 파헤쳐 보려 한다. 내가 자주 쓰는 말들을 되뇌어 본다. ~ 일 지도 모른다. ~ 일 수 있다. ~ 듯하다. 등등. 나는 이런 표현들을 좋아한다. 나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일 지도 모른다. 내 말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두기 위해서다. 나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싶어서다. 상대방과의 논쟁을 피하려는 사전 포석이다. 내 사고의 유연함을 보여 주고 상대방에 대한 반박의 기회를 주는 배려로 보이게 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솔직히 나의 말은 비겁하고 상대방에 대한 방어에 급급하다. 굳이 나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궁지에 몰린 적이 없이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나의 말은 절박하지 않다. 애써 갈등 상황에 처하면 나는 외면하는 말을 지껄인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툼을 벌인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나를 인상적으로 두고두고 기억해 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나의 주관이나 소신을 다른 사람에게 피력해 본 적이 없다. 나의 생각을 항상 내 속에 방치해 두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꺼내서 준 적이 거의 없다. 나의 소심함과 비겁함을 극복하려면 나의 상투적인 관용어를 버리고 용기를 내 말해야겠다. 오랜 기간 굳어버린 언어 습관처럼 내 삶이 딱딱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내 삶이 틀에 박힌 관용어가 아닌 풍요로운 표현들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