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에 어떤 주제를 잡아야 꾸준히 즐겁게 소통할 수 있을까?' 꽤나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요가뿐이었다. 심신의 건강을 가꿔 워라밸을 지키는데 이보다 더 좋은 취미가 있겠나. 힘든 직장 생활 중에 내가 요가를 통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위안을 얻었는지 돌이켜보면 확신은 더욱 크다. 어렵지 않게 친숙한 요가로 다가가고 싶다. 세상 보통 뻣뻣 남녀들의 심신이 말랑해지기를 바라며 '스와라쌤'과 함께 나마스떼!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마이클 조던, 유발 하라리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명상이다. 명상을 생활화해 자기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세상에도 큰 영향력을 끼쳤다. 이처럼 당대 최고의 인물들이 ‘성공의 열쇠’로 꼽는 명상, 어렵지 않게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명상 ‘meditation’이라는 단어는 약을 뜻하는 ‘medicine’과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 한다. 약은 몸을 치유하고 명상은 마음을 치유하니 그럴듯하다. 운동이 몸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이라면 명상은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으로 통한다. 실제로 1만 시간 이상 명상수행을 해온 티베트 승려 170여 명의 뇌를 촬영해 본 결과 좌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우측 전전두엽보다 더 활성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마치 덤벨을 들면 팔 근육이 발달하듯이 명상으로 인해 뇌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와 한국뇌과학연구원에서 명상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뇌를 비교분석한 사례도 있다. 명상 수련자와 일반인으로 그룹을 나누어 스트레스 척도와 혈중 도파민 수치를 비교한 결과 스트레스 척도에서는 명상 수련자의 지수가 6.6, 일반인 그룹은 15.8로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56퍼센트 더 낮게 나왔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뜻이다. 행복감과 몰입, 의욕과 관련된 호르몬인 혈중 도파민 수치 비교에서는 명상 수련자와 일반인 그룹이 각각 21.7과 15.8로 명상 수련자가 29퍼센트 더 높게 나왔다.
종합해보면 명상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행복감과 집중력, 의욕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다스리게 되고,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현재의 삶에 집중하게 되면서 삶에서 원하는 어떤 변화든 실현할 가능성이 커지고 등등…그래 좋다! 그럼 이 경이로운 명상을 어떻게 시작해야 한다는 말인가.
Q&A로 알아본 명상 첫걸음
이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비베카요가의 비베카 킴 대표를 만났다. 인도 비베카난다요가대학에서 요가과학을 전공한 그녀는 현재 한국명상총협회 이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에는 강남한류명상페스티벌 무대에서 요가명상을 지도하고 12월에는 ‘요가명상, 그 첫 번째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남에 위치한 삼성디지털프라자 전시관에서 명상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명상에 관심 있거나 시작하기에 앞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양한 정보를 통해 명상이 무척 좋다는 것은 알겠어요. 그런데 명확하게 잡히지는 않습니다. 장황하고 모호하다고 할까요. 도대체 명상이 뭔가요?
(웃음)명상이란 ‘우리의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것’을 말해요. 우리는 지금 너무 과하게 뇌와 마음을 쓰며 살아요. 명상은 자신의 마음을 한곳에 두는 것입니다. 그럼 여기저기로 흩어져 과도하고 불필요하게 사용했던 뇌와 마음에는 휴식이 되겠지요.
그럼 명상의 가장 큰 효과는 휴식인가요?
명상의 본래 목적은 ‘의식 확장’입니다. 하지만 이건 수행자들의 경우이고,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뇌 휴식과 운동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를 통해 감정 컨트롤, 긍정적인 마인드 함양, 집중력과 창의력 향상, 자기관리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명상 초보자라면 집중할 ‘하나의 대상’은 무엇으로 잡아야 할까요?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잡아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자연 안에 어떤 대상처럼 구체적일 수도 있고 사랑이나 스승처럼 상징적이거나 절대적인 것일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것일수록 집중하기 쉽겠지요. 처음에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면 자신의 몸에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돼요. 예를 들면 의자에 닿아있는 자신의 신체 접촉점에 집중한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스캔하듯 관찰하는 방식도 있던데, 명상 방법도 다양하군요.
네, 위빠사나명상 또는 요가니드라를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명상은 ‘집중명상’과 ‘자각명상’으로 나누어지는데 그 각각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답니다.
명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자각명상을 추천 드려요. 그저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돼요. 일단 하루 일과 중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정해보세요. 출근길을 걸어갈 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홀로 밥을 먹을 때, 설거지나 청소를 할 때 등…. 만약 그 시간이 저녁 먹고 설거지를 할 때라면 싱크대 앞에 서는 것부터 고무장갑을 끼는 것, 수도꼭지를 돌리는 것, 세제를 짜서 거품을 내는 것, 그릇을 닦고 헹구고 건조기에 넣고 싱크대 정리 후 고무장갑을 빼는 것까지 그 일련의 과정들을 순간순간 자각하며 지속적으로 바라보는 거예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깨어있는 채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을 바라보고 자각하고 지속하는 것, 바로 이것이 명상이랍니다. 먼저 이렇게 명상을 편안하게 일상에서 즐기면서 명상과 친해져야 해요.
명상한다고 하면 눈 감고 앉아있는 모습만 떠올렸는데 새롭네요?
이렇게 좀 친숙져서 하나의 대상에 의식을 두는 것이 익숙해지면 앉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날부턴가 싱크대 앞에 서자마자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명상이 잘 진행이 된다면 그때요. 이 정도 발전하면 오히려 방해 요인이 생길 수 있으니 앉아서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런데 꼭 앉아야 할까요? 명상을 위한 바른 자세가 있는지 궁금해요.
네, 명상을 위한 바른 자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하게 적용도 가능해요. 걷거나 뛰면서도 가능하고 누워서 하는 명상도 있어요. 그런데 현대인들 대부분이 그대로 잠들지 않을까요?(웃음). 그럼 명상이 잠드는 것과 혼동되어 길들이기 힘들 수 있어요. 앉을 때는 꼭 가부좌로 앉지 않아도 됩니다. 바닥이든 의자든, 다리를 접든 펴든 편안하게 일정 시간 유지할 수 있는 자세로 앉으면 돼요. 요가에서 제안하는 명상좌는 ‘행복좌’, ‘싯다사나’ 등이지요.
처음에는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얼마나 해야 할까요?
‘길들이기’라고 생각하며 단계별로 접근해보세요. 일상에서 단 몇 초라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연습을 체크하듯 때때로 시도해보고 3분, 5분 점차 늘려보고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앉아서 해 보겠다 하면 5분부터 시작해서 30분, 60분… 시간을 정해놓고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좋은 시간대는요?
보통 명상하기 좋은 시간대는 동트기 전이에요. 그러나 자신의 패턴을 잘 살펴보고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로 정해도 괜찮아요. 생활 패턴 등을 고려해 가장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으로 고정하고 반복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요즘 명상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많아요. 집중을 유도하는 멘트가 나오기도 하고, 조용한 음악이나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어떤 것이 좋을까요?
명상 초기에는 어떤 멘트가 나오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다른 생각으로 덜 빠지게 해줄 테니까요. 단 어떤 말이나 소리든 그것이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를 꼭 확인해보세요. 부정적인 영향이나 불필요한 생각이 더 일어나게 한다면 피하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해요.
바야흐로 명상의 시대이다. 물론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이 영적인 깨달음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고 싶고, 밤에는 숙면을 취하고 싶고, 불편한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풀어 나가길 바라며, 걱정, 슬픔, 불안 등의 감정에 휘둘리고 않고, 마음의 평온을 찾고 싶을 뿐이다. 늘 힘에 부칠 만큼 전력 질주를 하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뒤처지는 느낌,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지울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 환영할만한 시대가 아닐까? 몸을 쉬게 하는 법은 알지만 불행히도 정신을 쉬게 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는 우리, 이제 가만히 눈을 감고 자신에게 집중해보는 명상을 시작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30년간 매일 명상을 했다는 스티브 잡스처럼!
“가만히 앉아서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마음이 불안하고 산란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을 잠재우려 애쓰면 더욱더 산란해질 뿐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마음속 불안의 파도는 점차 잦아들고, 그러면 보다 미묘한 무언가를 감지할 수 있는 여백이 생겨납니다. 바로 이때, 우리의 직관이 깨어나기 시작하고 세상을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보며 현재에 보다 충실하게 됩니다.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고 현재의 순간이 한없이 확장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수양이며, 지속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_ '스티브 잡스'(민음사) 중에서
데일리타임즈W 에디터 이남지 dtnews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