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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타임즈W Mar 13. 2020

오늘 당신의 ‘일’은 안녕한가요?

<출근길의 주문>, <일의 기쁨과 슬픔>

내 일상의 행간엔 늘 ‘책’이 있었다. 바쁜 일상 속 틈틈이 읽는 책 한 권만큼 나의 워라밸 라이프를 풍요롭게 만들어준 것도 없다. 어떤 책이든 저마다의 교훈을 담고 있고, 내가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서 같은 책이라도 다른 해답을 보여준다. 미술책에서 사랑을 배우기도 하고, 에세이에서 청소법을 익히기도 한다. 오늘 내가 읽고 추천한 책을 통해 당신은 무엇을 발견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직장인에게 ‘일’은 영원한 애증의 대상이다. 일은 나에게 돈을 주고, 자아를 찾게 해주기도 하지만 나의 자존감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일하다가도 월급일이면 웃음 짓고, 인간관계로 고통받다가도 사수의 칭찬 한마디에 구름 위를 걷는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한 문장에 직장인의 삶이 녹아 있다. 워라밸을 지키는 것은 비단 ‘칼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의 안팎에서 중심을 잡고 나를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월요병을 고치는 가장 큰 방법은 출근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출근길이 너무 막막하고,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책을 통해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위로와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자극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담은 '출근길의 주문'. / 사진=한겨레출판


자매들을 위한 일터 바이블, <출근길의 주문>

남녀 모두 동등한 교육을 받고, 대학에 가며, 일을 하는 시대다. 언뜻 평등해 보이는 이 균형은 오래가지 못한다. 출산 후 주 양육자가 되는 것은 모두 여성들이며, 경력이 단절된 그들이 돌아갈 자리는 비정규, 저임금 분야뿐이다.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서 평등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학력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도 남녀의 임금은 2천만원이나 차이가 나며 2017년 기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3%에 불과하다. 여자 나이 마흔이 넘으면 마치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 잠들었다가, 다음 날 눈뜨며 ‘오늘은 덤이다’ 생각하는 환자들처럼, 만나는 사람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를 서로에게 묻는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은 당연히 자신을 포함한 여성 동료들뿐이다. 저자는 ‘누구 한 사람만 앞에 있어도, 한 명만 눈에 보여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모두가 ‘계속해’주기를 응원한다.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이라는 부제처럼 책에는 여성들이 출근길에 주문처럼 외워야 할 실질적인 조언들이 가득하다. 여성들이 옳은 말을 곧이곧대로 하면 피곤해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남성들이 찾는 ‘부드러운 맛’을 살리며 일했던 습관들을 교정해 주며,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려 하는 인간관계를 탈피해 여성들이 연대해야 하는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러나 꼭 여성에게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첫 입사, 큰 회사가 좋은가 작은 회사가 좋은가’, ‘이직할 때 꼭 챙겨야 할 것들’, ‘직장인 vs 프리랜서’ 등 남녀 모두에게 귀감이 될 만한 사회 선배로서의 조언이 가득하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신입부터 후배가 생긴 후 난감해진 경력자, 승진을 준비 중인 고위직까지 두루 귀감이 될 내용이다.


책을 읽을수록 업무는 물론 인간관계까지 나의 커리어 이력을 잘 다듬고 싶다는 욕구가 절로 샘솟는다. 이 책을 읽고 단 한 명의 직장인이라도 바뀌어 좋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 뒤를 수많은 여성이 따를 수 있으리라. 프리랜서 시장에서도 남성들이 훨씬 높은 임금을 얻고 있으며, 리더 자리에 여성이 발탁되는 경우는 늘 기업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고, 남성들끼리의 ‘사근사근’한 접대와 연대가 얼마나 튼튼한지 당신은 알고 있었는가? 은연중에 알고 있던 사실을 직시하는 것,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관습에 반론을 제시하는 것, 나부터 달라지는 것. 이 책을 읽고 여성들이 변화해야 할 이유다.


이삼십대 직장인의 애환을 실감 나게 그린 8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 사진=창비


모든 직장인에게 건네는 위로의 손, <일의 기쁨과 슬픔>

<일의 기쁨과 슬픔>은 8편의 단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8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삶을 비관하지도, 낙관하지도 않는다. 비극인데도 울어야 할지 모르겠고, 희극인데도 웃어야 할지 모르겠을 그야말로 ‘웃픈’ 상황들이 현실의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회장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월급을 포인트로 받게 돼 좌절해야 할 주인공은 오히려 포인트로 산 물건을 중고나라에 되팔아 1등 판매자로 등극하고(‘일의 기쁨과 슬픔’), 남성들의 시선 속에서 늘 피해자였던 여성이 성매매하러 온 남성들의 초조하고 불안한 얼굴을 훔쳐보는가 하면(‘새벽의 방문자들’), 장난으로 만든 노래가 유튜브에서 대박이 나도 음악에 대한 고지식한 열정을 고수해 가난을 면치 못한다(‘다소 낮음’). 들떠 있던 인물을 현실의 냉정함으로 짓누르는가 하면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저자 특유의 화법이 신선하다.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은 창작과비평 웹사이트에 공개된 직후 SNS를 통해 급격히 퍼지면서 해당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소설가 정이현은 이 책을 두고 ‘오늘의 한국 사회를 설명해 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이라 평했다.


책에는 이삼십대 젊은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긴 직장 생활의 디테일이 매우 구체적으로 소개된다. 암묵적으로 합의된 ‘청첩장 예절’을 지키지 않는 동료에게 받은 만큼 갚아주기 위해 밥값과 축의금을 계산하는 모습(‘잘 살겠습니다’), 회사에서 깨졌지만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고 ‘오늘은 월급날이니까 괜찮아’라며 웃음 짓는 모습(‘일의 기쁨과 슬픔’), 엄마뻘 되는 가사도우미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어색해하다가도 청소에 꾀를 부리거나 추가 금액만 바라는 것에 분노하게 되는 모습(‘도움의 손길’)처럼 들키기 싫은 우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마냥 희망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은 저자의 담백한 목소리에는 노력해봤자 ‘흙수저’라며 현실에 순응하는 대신 나만의 기준으로 삶의 기쁨과 슬픔을 챙기며 꿋꿋하게 살아가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데일리타임즈W 에디터 김수영 dtne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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