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렌즈 꼰대의 재구성⑤] 나는 야근하는 것을 좋아해
꼰대, 피할 수 없다면 이렇게 견뎌보자
‘라떼는 말이야’라며 꼰대를 저격하고 놀리던 현상이 이제는 ‘혹시 나도 꼰대?’라는 공포로 뒤바뀌어 꼭 해야 할 충고까지 속으로 삭이고 넘어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참다못한 기성세대들은 <회사는 유치원이 아니다(조관일 저, 21세기북스)>라며 밀레니얼 세대에게 일침을 가하는가 하면, <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임영균 저, 지식너머>며 따뜻한 꼰대, 세련된 꼰대가 되기를 선언하기도 한다. 이제 맹목적인 비판과 공격에서 한 발짝 물러나 세대 간의 차이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이해하고, 서로 공존하는 스킬을 배워야 할 때다. 국내 유일 워라밸 전문 매체 <데일리타임즈W> 5월 W렌즈에서는 애매한 꼰대질에 대한 설문부터 20대와 40대 직원의 꼰대 대담, 내가 겪은 최악의 꼰대질, 꼰대의 이유 있는 변론, 꼰대와 MZ세대가 공존하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모쪼록 무의미한 꼰대짓은 청산하고, 진정한 조언과 충고를 통해 양 세대 모두가 성장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세상에 만연한 꼰대 문화, 현명한 대처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자.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세상에는 꼰대가 참 많다. 얼마나 많으면 '라떼는 말이야'라는 유행어부터 '꼰대 테스트'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꼰대를 구분하고 색출하여 등급을 나누며 꼰대질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등의 움직임이 '과하게' 활발하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꼰대라는 바이러스가 긴 잠복기간을 거쳐 사회 전반에 전염되고 있는 건 아닐까?' 바이러스에 전염된 꼰대들을 생각하니 짠 내가 나지만 결코 만나고 싶지는 않다. 꼰대를 피하는 방법은 실로 간단하다. 사장을 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면 된다. 하지만 현생이 궁핍한 우리에게는 바이러스만큼 공상 영화 같은 일일뿐이다. 이직을 하더라도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으로 인해 꼰대를 피한다는 보장도 없다. 피할 수 없다면 현명하게 잘 지내야 한다. 꼰대를 변화시키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기 위한 노하우는 있다. 세상에 넓게 퍼진 꼰대 바이러스에 면역을 키우며 공생하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1보 전진을 위한 2보 후퇴
꼰대를 대할 때 사소한 자존심은 역효과만 일으킨다. 조금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꼰대와 마주하다 보면 의외로 어느새 꼰대가 내 편이 돼 있을 수도 있다. 옛말에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다"는 말이 있다. 꼰대도 사람인지라, 귀찮아하는 일을 먼저 해주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모두 다 같이 해야 하는 문서 정리, 전화받기, 꼰대가 주관하는 회의실 세팅 같은 것들을 미리 솔선수범해서 하는 것이다. 아마 겉으로는 티를 안 낼지 모르지만, 은근히 좋아할 것이다. 어느새 당신은 꼰대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갔을지도 모른다.
애정결핍을 애정으로 공략하라
꼰대들은 대부분 아랫사람이 나를 무시한다는 '자격지심' 또는 인정받고 싶다는 '결핍'을 갖고 있다. 이럴 때 결핍을 채워주며 존재 자체를 인정해 주자. 회사 생활의 조언이 필요하다면 사수는 아니더라도 꼰대를 찾아가 보자. 극히 드물게 꼰대에게 의외의 노하우가 나올 수도 있다. 조언이 정말 도움이 안 됐을지라도 존재의 의미를 확인한 꼰대들 스스로는 뿌듯해할 것이다. 이후 문제가 해결됐든 안 됐든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칭찬 섞인 말을 해주면 좋다. 추천 문구로는 "오 정말 대단해요! 역시 경험은 무시 못 하는 것 같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선배가 있어서 든든하네요" 같은 말이다. 하지만 남용은 금물이다. 너무 빈번히 사용하여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순간, 그간 쌓아 놓은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상황을 보고 적절히 사용하는 센스가 필요함은 잊지 말자.
상생을 위한 달콤한 레몬 기제
심리학 이론 중 '달콤한 레몬 기제'가 있다.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 의식이나 행위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꼰대 때문에 나까지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야근하는 것을 좋아해, 밤에는 시원하고 무엇보다 조용하거든'이라고 최면을 걸어 보는 것이다. 가끔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 정신건강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내력이 세지는 하루 3가지 감사일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보면 이런 대사가 있다.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즉 내력이 세지려면 내 감정과 내 컨디션이 긍정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짜증스러운 상황에서도 유연함을 잃지 않는다. 좋은 생각, 긍정적 마인드를 위해 감사 일기를 추천한다. 하루 중 특정 시간에 진정 감사한 일들을 3가지 정도 적는다. 개인적인 것도 좋고, 꼰대와 관련된 것도 좋다. 예를 들어 '꼰대가 오늘은 웃는다. 감사하다', '월급 덕분에 휴대폰을 바꿀 수 있다'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실제로 스트레스를 감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잘 쓰면 약이요, 못 쓰면 독이 되는 SNS
꼰대의 특징 중 하나는 매사가 궁금하고 오지랖이 넓다는 것이다. 꼰대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직원들은 책잡힐까 봐 뭐든 숨기려고 할 것이다. 이걸 역이용해 보자. 혹시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팔로우 하실래요?"라고 말을 꺼내 보자. 사생활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면, 아주 최소한의 사진만 존재하는 부계정으로 하는 것도 좋다. 팔로잉 후 가끔 꼰대의 계정에 ‘좋아요’를 눌러도 좋다. 아마 속으론 은근히 좋아할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꼰대는 없다지만, 꼰대 DNA가 존재하나 싶은 사람이 주변에 한두 명은 꼭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꼰대들은 어디서 배운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만큼 사람 정신 스트레스 주는 데는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해보고자 온라인에서는 연일 '꼰대 상사와 잘 지내는 법' 등의 무수한 '비법'들이 나오곤 한다. 꼰대를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스스로가 정신 건강을 챙기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안전한 방법 아닐까?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뀌어 보는 것, 꼰대 때문에 너무 힘들다면 고려해 볼 사항이다. 오늘도 밤낮없이 꼰대들과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의 직딩들을 응원한다.
데일리타임즈W 박현호 기자 dtnews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