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여름휴가의 꽃은 ‘해외여행’이었다. 항공권을 미리 질러야 그 돈을 갚기 위해 버틸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직장생활의 원동력이자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연차 계획서를 내라는 회사의 독촉에 일단 휴가를 썼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노는 법은 도통 모르겠다. 그렇다고 황금 같은 휴가에 집콕만 할 수는 없는 일. 워라밸 전문 매체 <데일리타임즈W>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안전한 여름휴가 방법을 제안한다. 자연 속에 푹 파묻힌 독채 펜션에서 누리는 펜캉스부터 요즘 가장 핫한 수상 액티비티인 서핑 즐기기, 솔로 캠핑 꿈나무의 위시리스트까지. 생활 속 거리는 멀게, 즐거움은 가깝게! 휴가를 즐겨보자.
7월 W렌즈를 기획하며 "나도 떠나고 싶다!"를 수없이 외친 <데일리타임즈W> 기자들.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방구석에서, 탁 트인 자연에서 보낼 들뜬 휴가 계획을 전한다.
그때, 런던의 시간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책과 함께
인생에서 가장 꿈결 같던 휴가는 30대 중반, 더 미루면 못 갈 것 같아서 떠난 1년간의 런던살이였다. 내일에 대한 압박감과 심신의 소비를 멈춘 채 ‘이렇게 아무 걱정 없이 살아도 되나’ 생각이 들 만큼 원 없이 쉬고 또 채워 넣던 시간. 이번 여름휴가는 런던의 추억이 담긴 책과 함께 다시 그때의 평온한 시간으로 돌아가 볼 생각이다. 런던의 레스토랑, 숍, 호텔 등 스타일리시한 곳만 모아 흥미로운 런던 탐색을 도와준 <London Style Guide>, 옥스퍼드 앨리스 숍에서 원서로 읽겠다며 야심 차게 구입한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시니컬하면서 위트 있는 문장들에 킥킥대며 읽은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데이비드 호크니에 빠진 나를 위해 출장 온 후배가 한국에서 사다 준 <다시, 그림이다>. 어느 것을 집어 들어도 훌륭하게 그 시간으로 되돌려줄 책들이다. 런던에서 즐겨 마시던 스트로베리 라임 사이더까지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_김보령 기자
댕댕이와 함께하는 바다 여행
작년 초여름 바다를 처음 본 반려견 ‘또치’는 신이 나서 바닷가를 연신 총알처럼 뛰어다녔다. 그날 이후 바다든 산이든 좋은 풍경을 보여주고 싶은 ‘개 누나’의 바람이 마음속 깊이 똬리를 틀었다. 가족을 기다리며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내면서 어느덧 12년 차 할아버지가 된 내 동생 또치. 이번 여름은 꼭 장롱면허를 극복하고, 또치와 한적한 바다를 찾아 둘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눈이 희뿌옇게 변하기 전에, 좀 더 신나게 걸을 수 있을 때 함께 여유롭게 산책하며 멍 때리고 싶다. 밤에는 파도 소리 안주 삼아 함께 치맥을 즐겨도 좋겠다. (강아지용 치맥 세트가 있더라!)_이예림 기자
기억보다 진한 향기
여름이면 펜할리곤스의 '블렌하임 부케'를 뿌린다. 레몬, 라임, 라벤더로 시작해 머스크로 마무리되는 향은 맡는 순간 나는 녹음이 우거진 우붓의 사원으로, 고수 향이 가득한 방콕의 야시장으로 소환된다. 이글거리는 서울 도심의 열기를 낭만 가득한 동남아의 열정으로 바꿔줄 만큼 강렬한 시트러스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주말 산책 때는 하와이에서 사 온 무지막지한 차단 지수의 바나나보트 선크림을 바르기도 한다. 톤 업이나 보송한 마무리 따위엔 관심 없는 끈적함과 오일리한 향을 맡고 있으면 바다 한가운데에서 파도를 가르는 느낌이 든다. 여행지에서 사 온 고급 입욕제로 반신욕을 즐기는 방법도 있으나, 욕조가 있는 집으로 이사 갈 계획이 없으므로 당분간 향수로 ‘존버’하며 코로나가 끝나길 기다릴 계획이다._김수영 기자
산, 거친 호흡을 느끼며 나와 마주하는 시간
산을 오르다 보면 초록이 주는 편안함과 마주한다. 무의식중에 내 호흡을 느끼게 되면서 놀랍게도 뿔뿔이 흩어졌던 생각의 조각들이 모여진다. 자연스레 지난날의 기억은 담담히 정리돼 아름답게 포장되고 앞으로 나갈 방향은 좀 더 생생해진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또 어찌나 아름다운지, 더 잘 살아야 할 이유가 명확해진다. 근처의 절까지 들려 잠깐 앉아 새소리 바람 소리라도 들을라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바쁘게 살아온 2020년 상반기를 보내고 한 번의 정리가 필요하다. 이번 여름휴가는 더 밝게 빛날 앞으로 내 인생을 위해 산을 오르며 잠시 쉬어가도 좋겠다._박현호 기자
로컬 맥주로 떠나는 파라다이스
‘맥주를 물같이 마시는 나라’하면 독일만 떠오르는가. 뜨거운 곳일수록 맥주의 참맛은 높아지는 법. 해외여행이라면 주저 없이 동남아 휴양지를 택하는 이유는 강렬한 태양 아래서만 경험할 수 있는 짜릿한 맥주 한 모금(정말 한 모금인지)에 있다. 올여름은 햇살 가득 들어오는 내 집에서 동남아 휴양지로 떠날 계획. 아쉽게도 맥주 다음으로 좋아하는 기내식은 건너띄고 그곳에서 항상 그랬듯 낮맥부터 시작한다. 감각적이면서 세련미가 넘치는 라운지 뮤직을 BGM으로 깔고 유리잔 가득 얼음을 채운다. 깔끔하고 가벼운 라거 맥주, 발리의 빈탕, 베트남의 비어 사이공, 태국의 싱하까지 각 나라를 대표하는 맥주들을 골고루 갖춰놓고 좀 더 현지화하고 싶다면 라임 반 조각(라임 원액도 OK)을 더할 것. 빈탕, 얼음, 은은한 라임 향이 어우러진 청량함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 여기가 바로 발리 쿠타 해변._백승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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