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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타임즈W Aug 03. 2020

[W렌즈 슬기로운 음주 생활①] 酒객전도가 필요해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인 술은 직장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때로는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이지만, 과도한 음주나 강압적인 회식 문화로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직장인과 술의 관계도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회식이나 점심 회식 문화가 생겨났고 집 혹은 바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족’들이 늘어난 것. 워라밸 전문 매체 <데일리타임즈W>는 코로나19로 달라진 회식 문화와 프로 직장인의 이색 숙취 해소법,  맛깔나게 혼술을 즐기는 이색 안주, 주당들과 함께해도 꿀리지 않는 논 알코올 음료까지 슬기로운 음주 생활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오늘 저녁은 회식이니 다들 일정들 비워요”라는 말에는 ‘오늘은 술 먹는 날이다’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술과 회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술이 곁들어진 회식은 어떤 이에게는 회사와 가까워지는 순간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더 멀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회 초년생 시절을 비춰보면 주변 사람 대부분 회식을 반기지 않았다. 회사와 일은 좋았지만, 회식은 죽었다 깨나도 가기 싫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분명 취지는 좋았지만, 상사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혹은 집에 가기 싫은 시간을 함께 채워준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조직 간 단합을 위한다는 명분은 그럴싸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은 확연히 달랐다. 


2030 직장인들이 회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다 쉽게 알아볼 수 있다. / 사진=인쿠르트

2019년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2030 직장인 70%가 회식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과거의 회식 자리가 떠오른다. 1차로 ‘마셔라, 부어라’는 기본이었고 2차로 간 노래방에서의 맥주는 필수였다. 먹기 싫은 날에는 술 마시는 타이밍을 잡아 화장실을 간다든지, 입에 머금고 있다가 물 마시는 척 다른 컵에다 뱉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술을 피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애송이 같은 행동은 잔뼈가 굵은 선배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화장실을 가면 어디 가느냐며 붙잡아 앉혀 술을 마시게 하고, 행여 뱉을까 목 넘김을 확인하는 선배까지…. 어떻게든 술을 먹여야지 직성이 풀렸다. 회식도 업무에 연장이라며 남들 다 가는 2~3차에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할 땐 행여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닌지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택시비를 가져간 선배도 있었고, 모두가 취해 막내인 내가 계산했던 적도 있었다. 좋은 기억보다는 좋지 못한 기억이 7할이었다. 

이런 이야기도 이제는 ‘라떼는 말이야’가 된 것 같다. 주 52시간 제도와 함께 워라밸이 가능한 삶으로 회식 자리의 횟수도 줄었고, 회사에는 MZ세대의 핵심인 90년생들이 주가 되어 회식문화도 달라졌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더해지면서 이전과는 더 확연하게 변했다. 한 설문에 따르면 64%에 달하는 회사에서 어떠한 이유도 묻지 않고 불이익도 주지 않고 회식 거부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요즘의 회식문화는 과거와 어떤 점에서 달라졌을까? 물론 아직도 몇몇 ‘주옥’같은 회사에서는 먹기 싫다는 후배들에 술을 권하는 과거 회식 문화를 답습하고 있지만, 조금 더 나은 회식 자리, 술 문화가 전파되길 바라며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술과 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술이 분위기를 돋우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회식의 주목적이 돼선 안된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백화점 제품 디자이너 6년 차 K주임

과거의 기억 남는 좋지 못한 회식문화가 있다면 군대식 문화인지 모르겠지만, 술을 사발에 가득 담고 그 안에 각종 안주를 하나씩 넣는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돌려서 먹는다. 마지막에 내가 걸렸는데 그 순간만큼은 퇴사하고 싶었다. 이런 행위를 주도하는 사람은 어떤 포인트가 좋아서 이런 걸 주도하는지 뇌가 정말 궁금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해가 되긴 힘들 것 같다.

본인이 경험하거나 겪었던 긍정적으로 회식문화가 있다면 시간을 정해두고 간단한 저녁 식사와 함께 맥주 한잔 정도로 했던, 모두가 동의하는 부담이 적은 합리적인 회식이 좋은 기억에 남는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회식문화는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나 예전에는 조직력 강화, 단합이라는 명분으로 상사 위주의 회식과 노래방 문화였다면, 요즘은 그런 식의 회식은 많이 사라졌다. 개인 생활을 존중하며 몇몇 마음 맞는 직원끼리 부담 없이 모여 술 한잔하는 소통형 회식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회식은 회식도 업무의 일부분이라면, 업무시간에 회식하면 베스트가 아닐까?  


관세법인 2년 차 L관세사

과거의 기억 남는 좋지 못한 회식문화가 있다면 이곳은 게임방인가, 술집인가? 대화하러 온 건지 게임을 하러 온 건지 구별이 되지 않았던 회식 자리가 있었다. 술 게임만 계속하면서 어떻게든 술을 먹이려던 선배가 생각난다. 게임을 하고 싶지도 잘 알지도 못하는 나는 그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다음날 병원 신세를 지고 말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술자리였다. 

본인이 경험하거나 겪었던 긍정적으로 회식문화가 있다면 1차 끝나고 2차 갈 사람 자율적으로 갈수 있게 했던 경우다. 2차 강요 없이 진짜 집에 가도 되는 분위기라서 좋았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회식문화는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 하나 요즘은 회식 자리 자체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본인이 하고 싶은 회식은 회식은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다.  


화장품 스타트업 7년 차 P과장

과거의 기억 남는 안 좋은 회식문화가 있다면 회식이라 술을 먹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다지만, 2차로 넘어간 노래방에서 신나는 노래를 필수로 불러야 한다는 건 나에겐 끔찍한 일이다. 평소에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일하는 성격인데 몇몇 상사들 때문에 이런 종류의 회식을 한 번 하고 나면 멘탈이 탈탈 털려 잘 회복되지 않는다.

본인이 경험하거나 겪었던 긍정적으로 회식문화가 있다면 지금은 코로나19로 힘들지만, 술과 노래방 대신 금요일 조금 일찍 퇴근하고 영화를 보러 갔던 문화 회식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영화라는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것에 긍정에 한 표를 준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회식문화는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 하나 코로나19로 인하여 회식 자리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진급하거나 송별회 등 부득이하게 자리가 필요하다면 배달 음식을 통해서 팀별로 간단히 소규모로 하는 추세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회식은 심리치료⋅테라피⋅마사지 등을 받으면서 그간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함께 평소와 달리 나를 돌보고 여유를 찾고 싶다. 이후 맛있는 저녁 한 끼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힐링 회식을 하고 싶다. 


회식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음. 또는 그런 모임’이다. 어느 순간 부터 회식은 술이라는 공식으로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한다. 회식에서 술은 주가 아니다. 함께 음식을 나누며 단합하는 것이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NHN의 기업을 예로 들면 지난 겨울에는 사내 회식을 대신하여 어려운 이웃들에게 빵과 이불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진행하였으며 최근에는 각 그룹 단위로 ‘언택트’ 회식을 장려한다고 한다. 부어라 마셔라 회식문화가 아닌 각자의 개성과 환경이 존중되는 회식이 되길 바란다. 요즘 같은 시국에는 ‘랜선회식’으로 각자의 시간이 더욱 존중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데일리타임즈W 박현호 기자 dtne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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