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렌즈 슬기로운 음주 생활②] 혼술 친구, 이색 안주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인 술은 직장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때로는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이지만, 과도한 음주나 강압적인 회식 문화로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직장인과 술의 관계도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회식이나 점심 회식 문화가 생겨났고 집 혹은 바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족’들이 늘어난 것. 워라밸 전문 매체 <데일리타임즈W>는 코로나19로 달라진 회식 문화와 프로 직장인의 이색 숙취 해소법, 맛깔나게 혼술을 즐기는 이색 안주, 주당들과 함께해도 꿀리지 않는 논 알코올 음료까지 슬기로운 음주 생활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코로나19 이후, 나의 단골 술집이 방 안으로 이전했다. 유명 맛집의 안주를 배달시켜봤지만 반복되는 치맥(치킨과 맥주), 곱쏘(곱창과 소주), 파막(파전과 막걸리) 릴레이도 슬슬 지겨워진다. 혼술의 묘미 중 하나는 남 눈치 보지 않고 내 입맛대로 안주와 술을 조합할 수 있다는 점. 혼술 고수들이 “이렇게 먹어봤어?”라며 전해준 레시피들을 하나씩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끔찍한 혼종일 수도, 기막힌 마리아주일 수도 있는 이색 안주에 도전해 나만의 안주 조합을 찾아보자.
소주
명실상부 한국인의 ‘국민 술’이자 직장인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는 친구는 역시 소주다. 안주로는 속이 풀리는 탕 종류나 깔끔함을 극대화해줄 회, 느끼함을 잡아줄 곱창 등이 인기. 모든 한식과 어울린다고 봐도 무방한 소주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다음 종목에 도전해보시길.
'단쓴단쓴'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커피믹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커피믹스
“속 쓰린 커피와 소주라니?” 소주파이자 미식가인 지인이 커피를 추천했을 땐 경악했다. 중요한 건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꼭 프림과 설탕이 들어간 커피믹스를 마셔야 한다는 점. 달달한 커피와 소주의 ‘단쓴단쓴’ 조화는 안 마셔보면 모른다. 입이 텁텁해질 때 오이를 곁들이면 화룡점정. 단, 다음날 속 쓰림을 방지하기 위해 꼭 식사로 위를 채우고 도전하길 바란다.
소주 칵테일로 즐기던 아이스크림은 여름 안주로도 제격이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아이스크림
한때 스크류바주, 메로나주, 폴라포주 등 소주와 사이다에 아이스크림을 넣은 폭탄주 레시피가 유행했다. 이처럼 아이스크림과 소주는 의외의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특히 더운 여름에 소주를 마신 후 뜨거워진 속을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달래준다.
여름철 별미인 콩국수는 소주의 속 쓰림을 상쇄해 준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콩국수
여름철 별미 콩국수는 호불호를 자랑하는 음식이지만, 한 번 빠지면 답이 없는 음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소주까지 더해진다면? 소주로 쓰린 속을 시원하면서도 부드러운 콩 국물이 감싸주어 속이 편안해지고 다음 날 숙취도 없다는 후문.
귀차니스트를 위한 최고의 소주 안주, 휘핑크림. / 사진=게티이미지뱅크휘핑크림
휘핑크림은 어떤 음식도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마성의 재료다. 대형마트에서 스프레이형 휘핑크림을 하나 사두면 안주 없는 저녁에도 든든하다. 입속으로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휘핑크림을 쭉 짜주면 달콤함이 밀려들면서 소주의 쓴맛을 희석해 준다. 너무 느끼하다면? 다시 소주를 리필하자.
맥주
편의점에서 4캔에 만 원 하는 수입 맥주 프로모션을 시작한 이후, 퇴근길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편의점을 찾게 되었다. 치킨, 피자, 감자튀김 등 주로 튀긴 음식과 즐기는 맥주. 하지만 맥주만으로도 배가 부르기 때문에 무겁고 느끼한 안주보다 가볍고 상큼한 안주를 곁들이는 것이 더 좋다는 사실.
이색 안주 조합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오이를 다양하게 즐겨보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오이
소주 친구인 오이는 의외로 맥주와 더 진한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오이만 먹어도 좋지만, 여기에 다른 재료를 섞으면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오이에 마요네즈를 찍어 먹거나 쌈장과 땅콩버터를 섞어서 곁들여도 좋다. 오이를 얇게 저민 후 치즈를 올리고, 청어, 명란, 낙지 등의 젓갈을 얹어 먹어보시라. 의외의 케미에 깜짝 놀랄 것이다.
'떡튀순' 조합에 이제 맥주를 추가할 때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순대
이미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떡볶이·순대·튀김 등의 분식은 맥주와 잘 어울린다. 특히 순대 특유의 쿰쿰한 향과 맥주의 홉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철판 순대볶음처럼 순대를 프라이팬에 구워서 향을 극대화하면 금상첨화.
숙취 해소제로 배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즐겼다면 안주로도 시도해보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배
숙취 해소로 갈아 만든 배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배와 맥주의 조합도 의외로 괜찮다는 사실. 톡 쏘는 맥주의 탄산에 상큼한 배를 곁들이면 텁텁한 뒤끝 없이 산뜻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와인
와인 안주를 고를 때 특히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왠지 레드 와인엔 소고기, 화이트 와인엔 회처럼 공식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에게는 와인도 그저 소주 같은 국민 술일뿐. 부담을 버리고 다양한 안주와의 마리아주를 즐기다 보면 훨씬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곱창의 고소한 맛과 스파클링 와인은 탄산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곱창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곱창이요, 술은 와인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몰랐다. 그 둘이 짝꿍이었다는 것을. 와인 애호가인 지인의 추천으로 매콤 고소한 곱창볶음에 샴페인을 곁들여 먹어보고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곱창의 느끼함을 와인의 탄산이 눌러주어 샴페인 한 병을 뚝딱 해치웠다.
가성비 최고 안주 김치를 화인트 와인과 즐겨보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김치
알코올 고수일수록 안주는 검소하다. 입맛만 돋울 수 있다면 뭐든 어떠랴. 김치와 막걸리의 궁합을 사랑했다면, 이제 화이트 와인에게 자리를 내주자. 매콤 짭짤한 김치 한 조각과 깔끔한 화이트 와인은 맛은 물론 가성비와 편리함까지 갖춘 무적이 되어줄 것이다.
사케
일본 전통주인 사케는 우리나라 청주와 같이 쌀로 빚은 술로, 한식과 두루 잘 어울린다. 이자카야에서만 사케를 마셔왔다면, 이제 한식과 함께 반주로 사케를 즐겨보자.
밥도둑 고갈비에 사케를 곁들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고갈비
생선 중 가장 흔한 집 반찬인 고등어는 뼈 채 잡고 뜯는 모습이 마치 갈비와 비슷하다고 '고갈비'라고 불린다. 노릇한 고갈비에 사케를 곁들이면 생선 비린내를 탁월하게 잡아주어 다른 반찬 없이도 안주로 제격이다.
위스키
높은 도수와 가격으로 쉽게 도전하기 힘든 위스키. 여러 잔 마시기 힘든 술인만큼, 안주도 과일, 치즈, 초콜릿처럼 간단한 음식을 주로 먹는다. 하지만 위스키 초보일수록 안주를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미식가로 유명한 최자가 믿고 추천한 '피스키(피자와 위스키)'에 도전해보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나폴리 피자
피맥, 피쏘의 시대는 갔다. 이제 대세는 ‘피스키’다. 미식가로 유명한 최자가 진행했던 <최자로드>에서 최자는 나폴리 피자와 피트 향이 나는 위스키의 환상궁합에 대해 설파한 적이 있다. 피트 향은 위스키 원료를 훈연할 때 나는 소독약 냄새와 비슷한 독특한 향으로, 위스키 애호가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피자의 꼬릿한 치즈 맛과 피트 향이 만나면 피자의 느끼함은 사라지고 피트 향의 거부감은 사라지는 신세계를 만날 수 있다.
데일리타임즈W 김수영 기자 dtnews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