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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타임즈W Jul 15. 2020

[W렌즈 언택트 여름휴가③] 서핑과 함께한 여름

직장인 여름휴가의 꽃은 ‘해외여행’이었다. 항공권을 미리 질러야 그 돈을 갚기 위해 버틸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직장생활의 원동력이자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연차 계획서를 내라는 회사의 독촉에 일단 휴가를 썼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노는 법은 도통 모르겠다. 그렇다고 황금 같은 휴가에 집콕만 할 수는 없는 일. 워라밸 전문 매체 <데일리타임즈W>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안전한 여름휴가 방법을 제안한다. 자연 속에 푹 파묻힌 독채 펜션에서 누리는 펜캉스부터 요즘 가장 핫한 수상 액티비티인 서핑 즐기기, 솔로 캠핑 꿈나무의 위시리스트까지. 생활 속 거리는 멀게, 즐거움은 가깝게! 휴가를 즐겨보자.


뜨거운 태양 아래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촉촉했다. 10여 년 전 막 골드코스트에 도착했을 때 느낌이다. 멜버른으로 떠난 1년간의 워홀(워킹 홀리데이) 생활을 끝내고 모아 둔 돈으로 홀로 떠난 여행. 한여름 노래 가사처럼 ‘지쳐 쓰러질 때까지 놀아보자’라고 다짐하며 새하얀 모래가 가득한 해변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때마침 저 멀리 서핑을 배우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핑하며 맥주 한 잔에 노래 부르고 춤추리라! 숙소인 백패커에 들어가자마자 카운터에서 내일 있을 강습과 뒤풀이를 신청했다. 내일은 바다와 신나게 놀아보자며 설레는 맘으로 잠이 들었다. 

서핑은 신나고 액티브한 분위기로 휴양지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핑 당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은 오직 나뿐,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인 등 8명 정도가 모였다. 핸섬한 금발 강사의 30분 동안의 강습이 이어졌다. 납작한 보드에 배를 대고 엎드렸다가 재빠르게 올라타는 동작만 수십 번, 강습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파도와 정면으로 마주할 시간이 됐다. 엎드렸다 파도가 오면 일어나야 하지만 물속으로 풍덩 빠지기 십상이다. 답답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니 먼발치서 왜소한 체구의 일본 여성이 성공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 맙소사, 나의 자존심이여. 다시 몇 번 시도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연이은 실패뿐이었다. 실패도 실패지만 바다의 짠물이 눈과 코에 들어가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다.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하나, 둘, 셋! 파도와 함께 일어섰다. 약 8초 정도 서핑에 성공. 이게 뭐라고, 성취감에 하늘을 찌를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1년여 워홀 생활을 위안 받는 느낌이랄까? 이어지는 뒤풀이에서는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석양빛에 춤추고 노래 부르는 낭만적인 축제의 밤을 즐겼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그 설렘의 기억은 아직도 내 기억 속 한편 소중한 공간에 고이고이 간직돼 있다. 


골드코스트에서 서핑을 배우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 / 사진=박현호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휴가 계획이 꼬여 버린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새해 달력을 받자마자 직장인 모두가 휴가 날을 언제로 잡을지, 해외 어느 곳으로 떠날지 행복한 고민하기 바쁘다. 하지만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그래도 명색이 휴가인데 국내 어디라도 가야 하지 않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오래전 서핑의 그날의 설렘과 생생함이 기억났다. 본 강습만 받으면 다소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혼자 즐길 수 있는 점이 그나마 요즘 시기에 제법 잘 맞는다. 바야흐로 서핑의 계절! 어디를 어떻게 가면 좋을까? 이번 기회에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초보자가 서핑하는 방법은 너무도 간단하다. 강습부터 숙박까지 코스로 이어지는 패키지는 온라인에 수없이 많다. 투어를 결제하고 일정에 맞춰 움직이면 된다. 액티비티 플랫폼인 와그, 클락, 프립 혹은 네이버 쇼핑, 쿠팡, 티몬 등에서 상품을 고르면 된다. 강습 비용은 보드렌털료 포함 4만원~6만원 정도다.   


우선 서핑 강습 진행 방식과 준비물을 살펴보고 올여름 추천 서핑 여행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서핑 강습은 업체마다 시간과 커리큘럼이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은 대부분 비슷하다.


커리큘럼 구성

•  이론 및 안전 교육(10여 분 내외)

•  스트레칭, 자세 등 지상 교육(30여 분 내외)

•  수상 교육(50여 분 내외) 

•  자유 서핑  


강습은 누구나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진행되니 겁먹지 않아도 된다. 강습 후 자유 서핑 시간에 감을 잡는 것이 관건! 그건 스스로가 풀어야 할 몫이다. 


서핑을 위해 필요한 준비물 

서핑 보드(대여 가능), 서핑 슈트(대여 가능), 수영복, 아쿠아 신발, 세면도구, 수건, 선크림, 모자, 머리끈(여자) 등이 있다. 


서퍼들이 꼽는 서핑 성지 베스트 4

야외 파티가 함께 어우러지는 젊음의 서핑 성지 양양의 ‘서피비치’. / 사진=박현호 기자

서핑하면 양양! 양양하면 서핑!

양양은 서핑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가을, 겨울에는 파도 성수기지만 여름에는 잔잔하고 안정된 파도가 이어진다. 초보자들이 여름에 여행으로 함께 부담 없이 즐기기 무난한 곳이다. 그중 SNS에서 가장 핫한 서피비치는 중광정 해변에 있다. 프리존과 서피비치존으로 나뉘어 있으며, 빈백, 선베드, 해먹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서피패스를 1만원에 구입해야 한다. 그 안에는 프리 음료 쿠폰이 들어있다. 매일 밤 서피비치에서 야외 파티파티가 열려 자유롭고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할 수 있다. 신나는 음악과 맥주까지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함께 갈 만한 주변 여행지로는 낙산사, 하조대, 남애항 등이 있다. 


접근성이 좋은 잔잔한 파도로 초보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 / 사진=태안군

서해의 캘리포니아,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

만리포 해수욕장은 태안에서 서쪽으로 12㎞ 지점에 위치한 곳으로 대천해수욕장·변산해수욕장과 더불어 서해안의 3대 해수욕장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곳을 찾는 서퍼는 2017년 1만2000명, 2018년 2만3000명 등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수도권에서 가까워 접근성도 좋고 캘리포니아와 비슷하다 하여 만리포+캘리포니아를 합쳐 '만리포니아'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다. 서해안답게 수온과 파도가 적당하다. 바닷속이 모래로 되어 있어 초보자들이 서핑을 연습하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만리포 해변 뒤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있어서 서핑하다가 휴식을 취하기에 좋으며 석양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함께 갈 만한 주변 여행지로는 산두리 해안사구, 천리포수목원 등이 있다. 


제주 여행과 서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제주 중문 '색달해수욕장'. / 사진=제주관광공사, Visitjeju.net

제주의 에메랄드빛 바다, 떠나요! 제주도 중문 해수욕장

제주 여행에 서핑을 더해보면 어떨까? 이번에 소개할 지역은 제주도의 중문 해수욕장이다. 이 지역은 서핑할 수 있는 구역이 300~400m로 넓은 편이며 비치 브레이크부터 큰 파도까지 다양한 구간이 많다는 게 장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서핑 문화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으로 주변에 서핑 스쿨이 많이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서핑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 다른 제주 바다와 달리 주변 환경이 깨끗해서 위험부담이 적다. 서핑의 성지답게 매년 6~7월 사이에 국제 서핑대회가 열리는 곳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해안절벽으로 인해 한국의 산티아고 해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몰이 매우 아름답다. 가까이에는 얕은 바다가 있어 어린아이와 가족 단위로 놀러 오기도 좋은 곳이다. 함께 갈 만한 주변 여행지로는 중문관광단지, 파더스가든, 천제연 폭포 등이 있다. 


부산의 송정해수욕장도 빼놓을 수 없는 서핑 스폿. / 사진=부산광역시

부산의 서핑 맛집, 부산 송정해수욕장

여름의 도시 부산에 서핑이 빠지면 섭섭하다. 연평균 수온 19도로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여 서핑을 즐기기에 더 없는 곳이다. 이곳 역시 캘리포니아와 같다 하여 ‘송정포니아’라고도 불린다. 도심권에 인접해 있어 퇴근 전후 직장인 커플들이 많이 온다. 해수욕 구간과 서핑 구간이 나뉘어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특히 올해는 국방부가 휴양 시설로 쓰고 있는 송정해수욕장 200m 구간 가운데 80m를 서핑 구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양보하여 기존 80m였던 서핑 구간은 최대 160m로 2배가량 확대된다. 함께 갈 만한 주변 여행지로는 해동용궁사, 죽도 공원 등이 있다. 


초보 서퍼를 위한 선배들의 팁  

① 김성호 (29세, 스타트업 CEO)

서핑 경력 2년

서핑을 시작한 계기 스노보드를 즐겁게 타서 같은 보드 종류에 관심이 갔다. 설원과 다른 장엄한 바다와 함께하는 보드는 다른 모험심을 자극했다.

추천 서핑 스폿 양양

필수 추천 준비물 시간, 바다를 즐길 모험심, 도전 의식

초보자를 위한 팁 스노보드, 스케이트보다 훨씬 어렵다. 우선 물과 친해지고 안정적으로 바다 위에서 흔들림에 대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몇 번을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나에게 서핑이란?  점령하기보다는 친구같이 접근해야 하는 운동이다. 다른 보드 종류는 내 발목 내 무릎으로 어느 정도 지형을 이용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바다는 다르다. 내 마음대로 파도가 맞춰주지 않는다. 내가 파도에 맞추며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② 강대원 (35세, 공무원)

서핑 경력 1년

서핑을 시작한 계기 제주도 여행 중 우연히 남는 시간을 활용해 기초 강습을 배운 뒤 자신감이 생겨 시작하게 됐다.

추천 서핑 스폿 제주도 중문 색달해수욕장

필수 추천 준비물 선크림은 필수 중의 필수

초보자를 위한 팁 유독 코에 물에 많이 들어간다면, 빠지는 순간 코를 잡고 입수해보자. 한결 나아질 것이다. 선크림은 수시로 발라 주자 어느새 선크림이 다 날아가 있다.

나에게 서핑이란?  서핑 그 자체도 좋지만, 바다의 푸르름이 더해져 한여름의 축제 분위기가 심장을 뛰게 한다.


③ 이서리 (30, 회사원)

서핑 경력 10개월

서핑을 시작한 계기 평소 러닝과 수영, 웨이트 등 스포츠를 즐겨 하는 편이다. 작년 10월 늦은 여름휴가에서 서핑을 경험한 후 매주 주말 서핑에 빠져있다.

추천 서핑 스폿 제주 중문 해수욕장

필수 추천 준비물 지속력이 좋은 선크림과 선스틱

초보자를 위한 팁 보드 컨트롤이 쉽지 않은 초보자들은 보드가 날아가거나 부딪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바다 안쪽에서 파도를 타고 나오는 서퍼의 방향과 바다 앞쪽에 넘어져 일어나는 사람 등 주변을 살피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스스로가 조심하지 않으면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하자. 

나에게 서핑이란? 친한 서퍼가 추천해 준 <바바리안 데이즈>라는 서핑 관련 도서에서 저자 윌리엄 피네건이 쓴 “서핑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아름다운 중독이다.”라는 글을 보며 무릎을 탁 쳤다. 내게 서핑은 ‘아름다운 중독’이라는 표현이 가장 맞을 것이다.




데일리타임즈W 박현호 기자 dtne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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