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든, 가게든 감각의 수준은 작은 것에서부터 드러난다. 같은 골목 안에 있는 다른 가게에 비해 유난히 세련된 골드빛 간판을 보고, ‘여기 분위기 심상치 않은데?’하는 촉에 이끌려 들어간 그곳. 바로 8월 삼성역 인근에 오픈한 따끈따끈한 모던 일식 다이닝 바, 플라넌(Planant)이다.
밖에서 감지됐던 감각에 대한 기대는 진입로부터 가게 안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검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 붉은빛 문을 열면 프랑스어로 ‘몽환’이라는 뜻의 이름에 어울리는 몽환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주인공처럼 시공간을 넘어 1920년대 파리의 살롱으로 이동한 듯한 신비감마저 든다. 천장이 아치형 셰이프인 우아한 복도를 따라 몇 걸음 들어가면, 전면 가득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조명을 설치한 바가 등장한다. 동그란 플라넌 간판이 하나의 행성이면, 그 주위의 조명들은 밤하늘 무수히 빛나는 별 같다. 바 테이블은 셰프의 세심한 케어를 받으며 편안한 대화 속에 요리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공간.
바와 마주보는 복도 안쪽에는 VIP룸을 포함해 독립된 룸이 준비되어 있다. 과거 유럽 귀족들이 지식과 사교를 나누던 살롱의 색채를 입힌 룸은 수준 높은 비즈니스 장소나 소규모 모임 장소로 적당하다. 2~3인부터 12인까지 인원에 맞춰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공간의 감상은 잠시 접어두고, 음식의 맛을 음미해볼 차례. 플라넌은 오마카세 코스 요리 A(9만원), B(13만원) 2종류와 30여 가지 단품 메뉴를 선보인다. 요리에 곁들일 다양한 술도 준비되어 있는데, 싱글 몰트를 비롯한 각종 하드리쿼와 사케, 와인, 맥주, 하이볼, 칵테일 등 100여 종에 이른다. 가격대도 폭넓고 합리적인 편.
13가지 요리가 이어지는 오마카세 B코스를 주문했다. 올리브오일에 절인 삼베체굴을 시작으로 제철 생선회가 풍성하게 올라간 사시미 모리아와세, 오키나와 설탕에 그을린 꿀자몽, 투플러스 한우 채끝 스테이크와 이나니와 우동, 디저트까지···. 처음엔 양이 적나 싶었는데, 13가지 요리를 모두 맛보니 적당하게 기분 좋은 포만감이 차올랐다. 공간의 분위기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식의 맛과 비주얼에 더 매력을 느꼈다. 일식 베이스의 요리를 평소 즐기지 않는 기자의 취향에도 무리 없이 스며들었다.
플라넌의 호불호 없는 음식은 최승호 헤드 셰프의 감각과 실력에서 나온다. 최 셰프는 일본 핫토리영양전문학교 출신으로 포시즌스호텔, 노보텔 앰배서더 등을 거쳤다. 오마카세 코스는 오후 6~8시, 단품 요리는 오후 8시 이후 주문 가능하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200m, 인근 건물에 주차 가능하며 영업시간은 매일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1시(일요일 휴무).
데일리타임즈W 에디터 김보령 dtnews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