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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챠하좋은 Jan 31. 2023

장롱 欌籠





欌장롱 장

籠대바구니 롱(농)





우리 집 장롱이 27년 정도 되었는데 조금씩 기울어지다가 완전히 사선이 되어버렸다. 집이 27년 정도 되어가면서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온다. 잠을 잘 때마다 기울어진 장롱이 언젠가 나를 덮을 거라는 긴장감도 잠시 존재하지만 금세 잠들고 만다. 며칠 전 외할머니 제사로 우리 집으로 친척들이 모이게 되면서 장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러다가 사람 다치겠다며 장롱을 다 함께 밀고 바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나무판자와 각종 책을 덧대는 작업을 했고 밤새 이슈가 되었다.


어떻게 하다가 이 장롱이 점점 기울어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27년 된 낡은 집과  낡은 장롱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나 싶다. 장롱의 뒷면은 생각보다 틈이 넓었다. 앞으로 기울어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앞으로 기울어지지 않기 위해서 엄청 애쓰며 버티고 있었을 텐데 앞쪽의 힘이 점점 강해지기 전에 시멘트바닥과 장판까지 싹 갈아엎어야 한다고 했다.


나아졌다가도 조금씩 다시 기울어지는 것 같았다. 작은 서랍장은 문이 어느샌가 스르르 열려있었다. 장판바닥이 문제였다. 수도관이 자주 터져서 시멘트를 깼다가 발랐다가 반복하던 것이 이지경에 이르게 된 것 같다.


우리 집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가구들의  자세라고 해야 할까. 애쓰고 버티고 살아가는 서랍장, 장롱, 화장대, tv다이, 20년도 더 된 가족사진, 이 공간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기울어진 자세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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